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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청춘 Feb 06. 2017

존재하지 않는 음악

Elis & Tom - Agua De Março

착각이란 무서운 것이다. 있지도 않았던 것을 있는 것처럼, 경험하지도 않았던 것을 경험한것처럼, 일어나지도 않았던 것을 일어났던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조금전이 그랬다. 성급한 마음에 3월을 생각하고 봄을 그려보았다. 한 달 뒤 초록색의 촉촉한 기운이 깃들기 시작하는 들판을 보면 막 힘이 솟아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닐 줄 알면서도 말이다. 


그러다가 생각은 안토니오카를로스 조빔의 “Agua de Março(Waters Of March)”가 생각나 이 곡을 듣기로했다. 그래서 작곡자 본인의 노래부터 엘리스 레지나, 스탄겟츠, 바시아, 로사 파소스, 존 피자렐리, 카산드라 윌슨 등의 연주와 노래를 들었다. 실은 봄이 아니라 초겨울의 우기(雨期)를 주제로 한 곡이지만 따스하면서 통통거리는 보사노바 리듬과 멜로디가 확실히 3월에참 잘 어울림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 중 카산드라 윌슨의“Agua de Março”를 듣다가 파트리시아 바버의 것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산드라 윌슨이 무겁고 건조한 목소리임에도 새순처럼 산뜻하게 노래했던 것처럼 파트리시아 바버도 음울한 목소리로나름 봄날 아지랑이처럼 노래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그런데 그것이 내 착각이었다. 파트리시아 바버는 “Agua de Março”를 노래한 적이 없었다. 영어 버전인 “Waters Of March”도 부른 적이 없었다. 앨범을 찾고 또찾아봐도 나오지 않았다. 찾는 중에도 내 머리 속에는 계속 그녀가 “Épau, é pedra, é o fim do caminho”하면서 조금은 뒤뚱거리듯 부른 노래가 맴돌았다. 그녀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무심한 듯 노래했고 그 무거운 느낌을 닐 알제의 기타가 중심이 된 리듬 섹션이 보사노바리듬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내 머리 속에너무나도 명확한, 그녀의 창법부터 피아노와 기타 솔로, 타악기의촉촉한 울림까지 또렷한 그 곡은 현실에는 없는 것이었다. 


도대체 나는 어디서 이곡을 들었던 것일까? 라이브를 본 적도 없다. 내가 그녀의음악을 좋아해서? 굳이 파고들면 2008년-벌써 10년-도 앨범 <Cole Porter Mix>의 사운드에서 착각이 시작된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어찌 이리 선명하게 머리 속에 떠오를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들었던음악, 만났던 사람 그리고 지난 시간의 추억 중에는 실재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잠시 나는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평행우주 저편에 다녀오기라도 한 것일까? 또 다시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


현기증을 엘리스 레지나와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노래로 지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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