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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홍 Dec 07. 2023

젊은 배우 10인 : '감히 말하건대 충무로의 미래'

디에디트에 이런 제목의 글을 적었다. ‘감히 말하건대 충무로의 미래’. 사실 제목은 내가 아닌 에디터 분이 붙인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본질적으론 내가 감히 충무로의 미래라고 느껴지는 10인의 신인(급) 배우를 선정한 것은 맞다.


글에 그 선정 이유를 나름 그럴듯하게 평론가인 척 적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그건 다 거짓부렁이라고 봐도 무방한 말들이다. 이 배우들이 좋고, 계속 보고 싶고, 응원하고 싶었던 건 딱히 큰 이유가 없었다. 난 그 배우들이 그냥 좋았고, 다음 연기가 그냥 또 보고 싶었던 것이었으니까. 얼마 전 화제였던 청룡영화상의 김혜수 배우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었다. 김혜수 배우가 청룡의 권위와 어울리는 배우인 이유를 대체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여태껏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있으니까요, 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데, 생각해 보면 이 말 역시 ‘그냥’이랑 똑같은 말이다. “김혜수가 출연한 영화를 한 번 봐보세요. 그러면 그냥 느낄 수 있어요.”인 셈이니까.



영화도 비슷하다. 이 영화가 좋은 이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더 어렵다. 우선 순서부터 반대다. ’이 영화가 좋은 이유’가 영화에서 보여서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내가 영화를 보는 바로 그 순간에, 좋은지 안 좋은지가 결정된다. 좋았다면, 아니 좋았으니까, 상영이 끝난 후 <이 영화>의 좋은 이유를 찾는다.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좋아하는 행위는, 곧 나 자신을 좋아하는 것과 같다.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찾아가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알게 되고, 그렇게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나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이 선물할 수 있으니 말이다.



10명의 배우 중 한 명에 관해 특별히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다. 그는 내가 올해 부산영화제 GV 진행을 통해 만나게 된 배우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은 유수빈이다. 얼마 전 국민 예능 런닝맨에 출연했을 정도로 나름 인지도를 갖고 있는 배우인데, 난 솔직히 <D.P> 시즌2를 보기 전까진 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었다. 거기서 정말 재수 없는 이등병 연기를 훌륭히 보여줘서 기억하고 있었고, 이번에 보게 된 드라마 <거래>에서 또 맛있게 연기를 해서 기대할 만한 배우라는 생각을 갖고 GV에 임하게 되었다.



그 GV에는 총 다섯 명의 게스트가 참석했었다. 작품의 감독, 그리고 출연한 네 명의 배우와 함께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자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배우 유수빈의 태도였다. 무슨 질문을 받던 유수빈은 다른 그 어떤 배우들보다(내가 진행한 모든 GV에 참석한 배우들 포함) 큰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나갔었기 때문이다. 단순 목소리가 큰 게 좋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큰 목소리가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텐션을 끌어올려 주는데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너무 좋게 느껴졌다. 다른 배우들의 태도가 나쁜 게 아니었는데도, 유수빈 배우가 그 상영관에 퍼뜨린 긍정적인 에너지가 압도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때 얻은 좋은 기억을 꼭 어딘가에 말하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기고 글을 통해 그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https://the-edit.co.kr/57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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