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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by 김철홍

근래 극장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순수 재미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으나(<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보다도), 넷플릭스 배급 작품이어서 그런지 아무런 홍보 없이 조용히 극장에서 상영 중인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 베니스 경쟁 부문에 상영되었다. 영화는 미국 입장에서의 신냉전 구도, 특히 러시아/중국/북한 등의 국가를 제압하기 위해 핵미사일 무기를 준비하고 그걸 발사하는 것과 상대 국가의 미사일 발사 시 대응 훈련을 반복하는 것에 ‘복무’하고 있는 미국 각 부처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실시간으로 정세를 분석하고 전 세계 외무부에 전화를 거는 것을 지시하는 상황실의 대장부터 국방부장관, 대통령에까지 이르는 수많은 등장인물들 중, 누군가는 정말로 이 체제를 믿고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복무하는 중이라면 어떤 누군가는 그저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의미로서의 서비스를 하는 인물도 있다. 캐서린 비글로우는 거의 다큐멘터리를 본다는 착각이 들 만큼 영화 속 긴박한 상황을 디테일하고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물론 이 영화는 완전한 허구다. 영화는 어느 날-매우-갑자기 미국 본토를 향해 발신인 불명의 핵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소식이 상황실에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 적당한 소동으로 마무리될 거라 속단하지 않으시길. 캐서린 비글로우는 대도시 하나쯤 날리는 것으론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죽음의 러시안 룰렛을 이어간다. 감독이 이토록 묵직한 핵직구를 날리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당장 5분 뒤라도 이 픽션 속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 다이너마이트로 꽉 찬 하우스가 언제든 폭발할 수도 있는 위기 말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영화가 <멜랑콜리아>의 엔딩처럼 끝의 끝에 도달하고 말 때. 그때가 되면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어쩌다 핵무기발사최종명령권한을 얻게 된 한 인간의 올바른 선택을 바라는 것 외에’ 리터럴리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그 무無의 자리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다음번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카운팅 하게 된다. 지구라는 같은 집을 셰어하고 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한 번쯤 다녀오기를 권하고 싶은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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