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엔 꽃과 나무를 많이 보았다.
안산에서 보았던 벚꽃잎 흩날리던 장면도,
햇빛이 곳곳에 묻어 금빛으로 일렁이던 나뭇잎도,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아둘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우리가 말하는 '초록색'이란 단어 속에는
얼마나 많은 초록이 담겨있었던 건지.
안산을 오르던 중 앞에 걸어가시는 할머니의
꼬부랑 머리카락 속에 핑크색 벚꽃잎 하나가
숨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저 숨겨져 있는 벚꽃잎은 어떻게 발각이 되려나.
할머니가 오랜 등산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시면,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던 할아버지 혹은 손주가
'아이- 머리카락에 벚꽃 숨겨왔어?'하고 웃으며 벚꽃잎을 떼어주려나?
아님 친구 할머니와 헤어지고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약간은 헛헛한 마음을 안고 탄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살피던 중, 숨겨진 꽃잎을 발견하고 슬쩍 웃으시려나.
나는 떨어지는 거대한 나뭇잎사귀에 싸대기는 맞아봤어도 저렇게 귀여운 꽃잎이 머리카락에 숨겨져 있는 행운 따윈 없었는데.
그렇게 꽃을 잔뜩 보고 온 날엔 사방팔방 꽃을 그려놓았더라. 이것 역시 봄을 기억하는 방식이겠거니 싶었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가 접시를 보고 좋아하겠지, 싶었는데 엄마는 분홍색 꽃 접시를 보고
이건 문어냐고 물었다.
아 엄마는 문어도 좋아했지, 참..
사람은 역시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 같다.
이렇게 봄이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