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Snap의 데이터 과학자 / '헬로 데이터 과학'의 저자)
2005년, 갓 병역특례를 마친 필자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하나는 최근 3년간 일했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취업을 하여 살아가는 것이었고, 다른 선택은 미국에서 관심 있는 정보 접근 및 관리 분야의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필자는 후자의 선택을 했고, 지금 원하는 분야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삶과 비즈니스를 바꾸는 데이터와 정보의 힘을 믿었고, 지금은 데이터 과학자의 길을 가고 있으니 필자는 데이터에서 행복과 성공을 찾았다고 하겠다.
미국 대학원의 박사 과정은 필자가 미국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검색 전문가로서의 발판을 닦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주었다. 박사 학위 중 몇 차례의 인턴십을 거쳐 원하는 회사의 마이크로소프트 시애틀 본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필자는 안정된 직장에 안주하지 않고 데이터 과학 저서를 출간하는 등 스스로 배우고, 이를 공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몇 년 근무한 이후에는 또 다른 배움의 기회를 찾아 스냅(Snap)으로 회사를 옮겨서 일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계속 얻고, 게다가 검색이라는 분야의 전문성을 계속 갈고 닦을 수 있었던 데는 미국에서의 대학원 공부가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주변에 미국 생활을 힘들어하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으니, 누구에게나 권할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이 뚜렷이 원하는 분야가 있고, 미국에서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꼭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키포인트:
적당한 미래가 보장된 길보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직장에 들어간 이후에도 배우고, 이를 공유하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미국이라는 환경의 장점을 취하고, 불편한 점은 개선할 방법을 찾았다.
학부에서 전자공학 전공했으나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고, 소프트웨어 (요금부과 솔루션) 회사에 병역특례 개발자로 3년 근무했다. 회사에서는 주로 C++ 서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효과적인 개인 정보 관리에 관심이 많아 혼자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하곤 했는데, 이렇게 정보에 접근하고 조직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컴퓨터를 학교에서 전공 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취미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열정을 키워왔던 것은 실제로 나중에 유학 준비해 큰 도움을 주었다. 아니, 이런 열정이 없었다면 미국에 가서 더 공부하고 일하겠다는 생각이 아예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현재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자신이 원하는 것을 꿈꾸고 실제로 뭔가 해 보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UMass Amherst) 대학원에서 검색 관련 연구로 컴퓨터 과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스냅의 데이터 과학자로 일하고 있으며, 그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연구자로 일을 했다. 두 직장에서 모두 검색 성능 평가 및 분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검색엔진의 결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로그, 품질 평가단 서베이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야 한다.
아주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필자의 경우 대학원 전공이 업무 분야로 연결되었다. 역시 원하는 분야를 뚜렷이 알고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늘 노력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에서나 직장에서나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대해 별생각 없이 일하는 사람들은 아무 프로젝트나 하게 되고 결국 전문분야를 찾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필자의 경우 원하는 프로젝트를 매니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검색이라는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대학원 공부를 했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데이터 과학 분야를 전반적으로 공부하고 더 넓은 대중에게 소개하고자하는 마음에 ‘헬로 데이터 과학’이라는 저서를 출간하게 되었다. 또한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을 다루는 ‘데이터 지능’이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당장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스스로 배움을 넓히고, 좋은 인연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하면서 나름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었지만 10년, 20년 뒤에 스스로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보면 한계가 느껴졌다. 주변의 선임 개발자들이 대부분 관리자가 되거나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에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원 유학이라는 선택은 한국이라는 익숙한 환경과 최소 5년 이상의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졸업 후에는 내 미래에 대한 좀 더 흥미 있는 선택지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
미국 유학준비에 약 6개월에서 1년의 세월이 걸렸다. 대부분 관련 시험을 (GRE / TOEFL) 준비하고, 기타 자기소개서 및 추천서 등 원서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추천서의 경우 대학원 지도교수님이 작성해주시는 것이 보통인데, 필자의 경우 한국에서 대학원을 나오지 않아 고민이 있었다.
필자의 경우 정보 접근 및 관리를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연구 리포트를 작성했는데, 이를 좋게 보신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비교적 좋은 추천서를 얻을 수 있었다. (지원했던 학교의 입학 사정 담당 교수에게 전해 들은 말이다)
미국 유학준비에 약 1년이 걸렸고 박사과정 유학에 5년이 걸렸으니, 총 6년이 걸린 셈인데 그동안 미국이라는 환경에 적응하고 정보 검색이라는 전문분야를 만들 수 있었으니,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렇지만 원하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학부만 마치고도 자기 분야에서 훌륭한 경력을 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으니 대학원 진학이 꼭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이 순수 배움이 목적이라면 필자가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때와 달리 요새는 온라인 강의나 학위 프로그램도 잘 되어 있어 필요해 따라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 유학에서 취업까지의 길이 순탄한 것도 아니다. 필자는 주변에서 대학원 전공 혹은 미국이라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귀국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IT분야가 아니면 졸업한 후에 미국 현지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따라서 전공이 적성에 맞는지, 그리고 석사는 2-3년, 박사는 최소 5-6년여간의 시간을 견딜 수 있는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도 불확실성 속에서 유학 준비를 하는 것이 힘들었다. 특히 필자는 대학원을 다닌 경험이 없었고, 전공을 학부의 전자공학(EE)에서 대학원의 컴퓨터 과학(CS)으로 바꾸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미국에 막 와서는, 자취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미 동부 시골의 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하고 싶은 연구를 한다는 보람이 있었고, 첫 논문이 비교적 빨리 나와서 수월하게 대학원을 마치고 취업을 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주변에서 대학원 진학에 실패하거나, 학위를 마치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혹은 학위를 마치고도 취업에 실패하여 귀국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미국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필자의 경우 막연히 미국 생활을 동경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분야의 공부를 하겠다는 뜻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필자의 유학 준비 경험을 정리해서 공유한 슬라이드를 소개한다.
필자는 인턴 기간동안 시애틀이라는 도시를 경험했었고 꽤나 좋아했던 터라, 정착이 힘들지는 않았다. 단, 시애틀에 한국 커뮤니티가 주로 이민자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IT 종사자 위주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고 아내와 함께 ‘창발’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저녁에 조촐하게 피자를 시켜놓고 매달 세미나를 하는 모임이었으나, 2016년 부터 NPO 등록을 하고 150명 규모의 컨퍼런스까지 개최하고 있다.
필자가 수백명이 등록된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사실 모임 규모가 커진 이후에는 부담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았지만, 회원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서로 교류하는 것을 지켜보며 많은 보람을 느꼈다. 창발 활동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필자 부부의 시애틀 생활도 훨씬 즐거워졌다. 필자는 미국에 있으면서 항상 한인 커뮤니티의 부재를 아쉬워해 왔는데, 창발을 만들면서 불편한 것은 꾸준한 노력을 고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나오는 데이터 관련 기술 변화 트랜드에 대응하기 위해 필자는 작년에 헬로 데이터 과학이라는 책을 집필하였고, 올해는 데이터 지능이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필자가 종사하는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고, 개인적으로 꾸준히 무엇인가 배우고 공유하는 활동에 대한 동기를 제공해 주었다.
본 글은 창발출판에서 준비중인 '우린 이렇게 왔다'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더 관심이 있으신 분께서는 다음 링크에서 프로젝트를 후원하시고 저자들과의 웨비나 및 다양한 혜택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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