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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대규 JELMANO Jan 01. 2018

미리 눈도장 찍어 두면 데자뷰로 보일 올 패션트렌드#1

2018년, 올해의 문제(?)적 컬러: 울트라 바이올렛

2018년, 올해의 문제(?)적 컬러: 울트라 바이올렛


색채전문기업 팬톤(Pantone) 사가 선정한 올해의 컬러는 보라색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보라색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모든 트렌드가 그렇듯, 이 컬러 트렌드 역시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팬톤사가 사람들의 취향 속에 숨겨진 ‘보라’에 대한 욕망을 발견하여 과학적으로 예측한 것인지, 아니면 팬톤사를 비롯한  여러 트렌드 예측기관 또는 가죽과 섬유등 패션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이 예측에 순응하여 보라색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소비자로서는 별 수 없이 보라를 선택하여, 사후적 트렌드화 되는 것인지 아직은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아마도 진실은 이 둘의 중간 어디쯤에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컬러 트렌드를 굳이 억지로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4차 산업시대 시대 이전인 대량생산시대에서부터 멋을 아는 사람 되려면 자신의 스타일을 세우고, 그 스타일에 비추어 현재의 트렌드를 주체적으로 해석,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었습니다.

그러면 이번 글에서는 위 명제의 구체적인 예로서, 제가 어떻게 이토록 난감한 색, 보라를 해석, 적용하는 지 간단히 보여드릴까 합니다.



잘못하면 훅- 가는 난감하고 촌스런 색, 보라


세련과 촌티는 백지 한 장 차이라고 흔히 이야기 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지요.


개인적으로 과도한 것을 싫어하는 저의 취향 때문인지 몰라도, 제 눈엔 아무리 좋게 보아도 어느 읍내에 위치한 2층 다방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기 멋의 시작은 영국의 경험주의 프란시스 베이컨 선생이 이미 경고 했듯, ‘극장(패션지와 셀럽의 권위)의 우상’에 빠지지 않고, ‘아닌 건 아니다’ 읊조리는 것부터 입니다. 그럼 어떻게 이 ‘넘사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보라색) 벽’을 넘을 수 있을까요?



방법1. 톤다운!  - 톤을 낮춰요. 낮출 수 있는 건, 목소리 톤만은 아니죠.



잠시 학창시절 미술시간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색의 3요소는 색상, 명도, 채도 입니다. 이 중에 채도를 낮추는 것을 톤을 낮춘다고도 합니다. 톤을 낮추면 촌스럽게 튀고 있는 거의 모든 컬러가 중후하고 담백하게 변합니다. 그것을 의식했는지 팬톤사의 울트라 바이올렛 자체도 일반 보라색보다는 톤이 꽤 낮습니다만 저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톤이네요. 좀 더 낮추어 보겠습니다. 그러면 부드럽고 온화한 미스티 라일락(Misty Lilac)이 나타납니다.


그럼 미스티 라일락 컬러가 적용된 그림을 볼까요?




이 ‘톤다운’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방법2. 그라데이션



두 번째 방식은 그라데이션(gradation, 또는 그레디언트 gredient 라고도 합니다만)을 입히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아무도 안쓰는 순우리말로는 ‘바림’, 한자어로는 계조(階調) 라고 합니다. 그라데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한 색채에서 다른 색채로 미세하게 변하는 단계, 또는 그러한 기법을 의미합니다.   
간단한 예로서, 그레이 스케일로서 그라데이션이 된 그림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럼 보라의 그라데이션 적용버전은 어떨까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깔맞춤이 어려운 색, 보라색을 요리하신다면, 
금새 다른 색에도 적용이 가능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은 뜬금없는 딴 얘기로서, 신년덕담 입니다. 보라색은 유로화 지폐 중 가장 높은 단위인 500 유로의 색깔입니다. 이에 대해 제가 조금 알아본 결과, 명확하게 이 색채 상징의 체계를 해석한 자료는 없었습니다. 다만, 초기 각 유럽 회원국 중앙은행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한 유로화 디자인 공모전 요강을 보면, 이미 각 지폐의 테마가 시대별 예술-건축 양식이라는 것과 함께 지폐의 색상이 주어져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5 유로권은 고전(Classic)양식, 10유로는 로마네스크, 20유로는 고딕, 50유로는 르네상스 양식, 100 유로는 바로크/로코코, 200 유로는 아르누보, 500 유로는 모던 양식입니다. (유럽에 계신 분들은, 지금 지갑을 열어 다양한 건축양식을 확인해 보세요.) 


추측 건대 유럽중앙은행은 보라를 가장 현대적인 색으로 본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이번 2018년에는 보라색 옷도 좋지만, 보라색 지폐를 많이 거두는 한 해가 되시길.      





다음 달에는 여러 트렌드 자료를 종합, 주관적으로 선택, 부가한 올해 유행이 예상되는 구체적 패션 아이템인, 스테이트먼트 주얼리, 와이드 팬츠, 코르듀이(고르뎅), 삭슈즈 에 대해 분량과 힘이 되는 대로 써 보겠습니다. 



*’보라’는 순우리말로서 몽골어 Poro 에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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