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암댁 Mar 12. 2023

부암댁의 생각_ 25. 요리에 대하여




‘요리 가르쳐줘!’


종종 듣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내가 뭐라고 요리를 가르치나요~’하면서 피해왔다. 사실이 그랬다. 요리 가르칠만한 깜냥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게다가 뭘 가르쳐야 할지도 가늠되지 않았다. 원래 복잡한 요리는 하지 않는다. 내가 이해되지 않는 조리방법은 취하지 않는다. 내 머리로 잘 이해 안되는 식재료는 손대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하는 요리는 정말 멍멍 심플하다. 그렇게 배웠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제일 맛있다고 느낀다. ‘대체 뭘 가르쳐야해…’


그러나 언젠가 요리에 대해서 뭐라고 전달해야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은 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에 느리고 게을러서 생각 정리하는 것을 놔버리고 있었는데, 나에게 늘 용기를 심어주시는 분들께서 요리를 알려달라고 하시기에 이 제안에 한번 용기를 내어볼까, 내가 하고 싶은 방향대로 해보고 못했다고 해도 앙탈을 부려볼까 하며 뻔뻔 탈을 쓰고 해보겠다고 했다. 하아… 막상 뱉어놓고 난다음 밀려오는 막막함.. 우짜면 좋노.


그러고보니, 난 늘 요리는 배워야하는 거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뭘 배워야하는 건지 명확히 한 적이 없다. 그니까… 다 배워야해 다…. 땅위 땅아래 바닷속 산위 다 알아야한다고! 하아.. 뭐라고 전달하지…. 종이를 펴놓고 펜을 굴리면서 끄작거리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니까.. 요리는 뭘까…?


그제사 요리에 대해서 뜻을 찾아봤다. 料 헤아리다, 생각하다 ‘요’  理 다스리다 ‘리’ 헤아리고 생각하고 다스리다. 왓? 요리가 그런 단어였어? 이어 조리에 대해서 찾아봤다. 조리 調 고르다, 조절하다 조  理 다스리다 리 뜻을 찾아보니 쉽게 풀리기 시작했다. 요리는 헤아리고 생각해서 다스리는 것. 그리고 고르고 조절해 다스리는 것. 아! 그렇구나. 이것으로 전달하면 되겠다 하고 가닥을 잡았다.


무엇인가 알아볼땐 뜻부터 찾아보는 것이거늘, 요리를 하면서도 요리의 뜻을 찾아볼 생각을 못했다. 몽.총.이 


요리는 헤아리는 것이다. 뭘 헤아릴까? 내가 배운 것은 ‘자연’을 헤아리는 것이라고 배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씨앗으로 시작한 생명들이 이 땅에서 고군분투 살아낸 모습을 보며 향, 맛, 힘을 헤아리고, 똑같이 같은 사계절을 살아가는 내 몸의 상태를 헤아려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자연의 흐름에 맞는 맛을 조리해 내는 것이 요리이지 않을까? 그 자연을 조리한다는 것은 자연을 헤아리는 눈으로 식재료를 고르고, 온 감각을 집중하여 불과 소금(간)과 시간을 조절해 내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만들어낸 음식이 맛있다라는 것은 내가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고 있다는 감각인것이 아닐까. 그렇게 전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떻게 전달해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한 끝에 나름 그래도 배웠던 것을 나름 정리해 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직 덜 여물어 잘 전달해내지 못했다. 섣불렀다. 아직 멀었다. 


기회를 주셔서, 나의 부족함을 명확히 아는 계기가 되었다. 요리를 가르친다는 것은 아직이다. 난 레시피를 전달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어떻게 헤아리고 어떻게 다루고 조절할지, 그러기 위해 감각은 어떻게 훈련해야하는지 전달하려면 요리를 더 공부해야겠다! (요리 거참 어렵네)


하필 이런 생각을 하는데 기타오지 로산진을 만났다. 1-2년 전만 해도 로산진 책을 펼쳤을 때, 이 할아버지는 뭐라는거야? 그랬다. 사람들을 너무 우습게 보고, 미식에 너무 꽂힌 나머지 별스러운 이야기를 다하는 구나 싶었다. 최고의 미식은 무無맛을 느끼는 거라니. 이상한 오타쿠 할아버지네 그랬는데, 이제 와 읽으니 자연을 이해하고 오롯이 맛을 만들어내는 예민한 요리사, 고독한 미식가가 아니였던가! 멋진 할배네 그려! 


명확해지니 또 다시, 좀 더 깊이 흥미로워졌다. 헤아리기위해. 조리 하기위해. 자연을 오롯이 고르고 조절해내기 위해 요리하기위해, 공부하고 내 몸을 돌보고 감각에 더더더 집중해야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암댁의 생각_24. 콩나물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