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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12. 2023

부암댁의 생각_ 31. 일본은 맛있었다



2020년 1월 식재료샵 투어를 하겠다고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 온 그 길로 하늘길은 닫혀버렸다. 2006년 일본어를 떠들 줄 알게 된 후로는 매년 어떻게든 일본을 갔었고, 안가면 엉덩이에 가시가 돋는 것 같았는데 못간지 2년이 되는 지금, 일본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어졌다. 다만 단 하나 ‘일본이 아직도 맛있을까?’



2020년까지만 해도 내 머리 속의 일본은 맛있다 였다. 골목 어귀의 어스름한 꼬치집 조차 장인정신으로 꼬치를 굽고 있고, 편의점의 제일 싼 샌드위치 조차 왜 이게 맛있지?를 생각하며 종류별로 사다 먹었다. 맥주는 왜 맛있으며, 과자는 또 이렇게 귀여운 맛이고, 조미료는 또 이렇게 기가막히게 만드는 것인가. 일본! 리스펙 이었다. 일본만 가면 몸무게는 잊고 삼시세끼와 간식을 다 챙겨가며 먹었고, 돌아오는 길에는 슈퍼마켓을 쓸어왔다. 그리고 한국을 타박했다. ‘왜 한국은 이렇게 못만들어?’


그러나 지금은 ‘일본은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공부를 하면서 일본 자료를 찾아보며 그 다양함과 디테일한 실험, 정확함에 또 ‘일본은 역시!’ 하며 감탄했는데, 점점 보다보니 식재료는 맛과 생산량과 편의성에 맞춰 품종개량을 서슴지 않고, 음식들은 단가와 편의에 맞춰 최선의 맛에 대한 자료들이었다. 응…? 이거 몸에 괜찮은건가…?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 살 때 늘 편의점에 맛난게 많아서 좋았는데, 늘 몸과 마음이 아팠다. 몸은 늘 부어있고, 수족냉증은 날이 갈 수록 심해졌고, 없던 비염이 생겨 예쁜 벚꽃을 보면서도 코 닦느라 땅을 봐야했고, 늘 우울했다. 한국이 싫어 일본으로 떠났는데, 일본에 가면 그렇게 한국으로 가고 싶었다. 왜 그렇게 일본엔 당뇨와 아토피환자가 많은지, 꽃가루 알러지를 가진 사람이 많은지.. 그땐 한국 사람이 강한 유전자를 가졌나보다 싶었는데, 혹시..먹는 것 때문에?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음식 공부하고 첨가물 없이 음식을 만들 줄 알게 되면서 몸도 마음도 가뿐해지고, 수족냉증도 좋아졌기에….역시 첨가물인가? 싶었다.


일본 식품 번역할때 아무 생각없이 원재료명을 번역했지만, 되돌아보면 **늄으로 끝나는 것이 얼마나 많았으며, 산도조절제, 향미조절제에 들어간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슈퍼에 즐비한 가정식 소스들, 카레, 파스타, 나베 소스들.. 뿐만 아니라 쯔유와 간장 그리고 혼다시… 


얼마전 일본 사람이 쓴 첨가물에 대한 책을 읽었다. 식품첨가물 회사에서 잘나가는 회사원이었다가, 자기가 만든 첨가물 미트볼을 먹는 딸을 보고 회사를 관두고 첨가물의 위험성을 알리는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고 했다. 책에선 확실히 ‘무엇이 몸에 어떻게 나쁜지’ 는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떻게 만들어지는데, 이게 몸에 들어가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딸기향이 아니라 딸기를 먹고, 당근향 주스가 아니라 비바람 맞고 흙에서 단단하게 자란 당근을 아삭하고 베어물고, 아미노산을 기술적으로 무진장 뽑아낸 장이 아니라 콩농사 잘지어 하나하나 골라 메주를 쑤어 자연의 시간을 들여 만든 간장으로 간을 한 음식이 몸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You are what you eat’


내 살과 뼈가 자연의 것이었으면 좋겠고, 피땀눈물이 자연스러운 짠맛이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내 입이 감각이 자연스러움을 감각해냈으면 좋겠다.


내가 기억하는 기꼬망과 아지노모토의 맛이었던 일본의 맛은 더이상 맛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또 일본은 자연농법과 마크로비오틱이 시작된 곳이 아니던가, 이젠 자연스러운 진짜 일본의 맛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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