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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12. 2023

부암댁의 생각_32. 깨



이번 명절에 유독 계속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깨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깨가 쏟아져, 결국 내 입을 틀어 막지 못하고 결국 엄마한테 한마디 하고야 말았다. ‘깨만 조금 줄이면 좋겠어’ 입이 방정인 딸…


나도 분명 깨를 파슬리처럼 썼다. 반찬위에 톡톡 뿌려줘야 완성된 느낌. 그러다 ‘깨’를 의식하기 시작한건 마크로비오틱 배우면서. 참깨, 흑임자의 차이를 알고, 볶고 갈아 깨소금을 만드는 것을 배우는데 나 지금까지 깨방정 떨었구나 싶었다.


일단 통깨 X. 소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나와 먹어도 먹는 것이 아니라는. 볶아진 깨만 쓰다가 처음 생깨를 구해 볶아 봤는데..오마이갓. 생깨 안에 잡티가 많아 하나하나 골라내야했고, 겨우 생깨를 준비하여 볶으려 봤더니 불조절은 또 왜 그렇게 어려운 건지... 타닥 소리도 안나고 깨가 통통하게 안부풀었는데 타버리기 일쑤, 그것도 또 그나마 잘 볶았다 싶어 갈다보면 힘을 너무 많이 줘서 깨의 기름이 다 빠져나와 깨 페이스트가 되버리곤했다.


깨..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그러면서 참기름도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전엔 여기저기 어머님들이 줘서 참기름을 아낌 없이 휙휙 뿌려썼는데, 국산깨가 그렇게 비싼지도 몰랐고, 볶은 정도에 따라서 나오는 참기름의 양과 맛이 그렇게 차이나는 지도 몰랐는데, 배우고 나니..알고나니.. 가격때문에도 맛때문에도 쉽게 휘둘러지지 않았다. 알고부터는 깨든 참기름이든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이라고 계속 되뇌었다.


그러다 작년에 한살림에서 이제 깨 수급의 문제로 수입산을 들일지 말지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를 하는 것을 보고 깨에 대해서 한번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깨를 많이 뿌리고 참기름을 휘두르는데, 왜 매번 깨가 부족한가? 하고 찾아보니 깨농사가 참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6월부터 9월까지 한여름에 키우는 작물인데다 습한 더위에 병이 많고, 꽃피우는 시기에 태풍이 불면 꽃이 떨어져 열매가 안맺거나 키가 큰 깨는 쓰러져 버려 농사가 망한다 한다. 그래서 가뭄이면 깨농사가 잘된다고 한다고… 더운데 몸도 마음도 많이 써야하는 그런 깨농사다보니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줄고 있다고 한다. 깨가 참 어렵고 귀하구나…


그래서 문득 우리가 참기름의 민족이 맞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이렇게 참깨와 참기름을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내 생각에 참깨 참기름은 흔하게 먹던 것이 아니라, 귀하게 먹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생각 없이 혹은 습관적으로 참깨, 참기름을 썼지만, 사실 옛날엔 들깨, 들기름이 더 흔하지 않았을까…흠…


들깨는 심어두면 엄청 잘퍼지는데다, 잘 자라 왠만하면 쓰러지지도 않고, 향도 강해서 벌레가 많이 꼬이지도 않고, 깻잎도 먹을 수 있고… 그러니 들깨, 들기름의 민족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네, 그냥 제 생각이예요)


그 동안 집에 참기름은 있었어도, 들기름은 특유의 향과 쉽게 산패 된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집에 두지 않았는데, 들기름을 알려고 이것저것 사보고 여기저기 넣어보고 했는데, 들기름!! 너무 매력적이다


간장 들기름이 면에 잘 어울리는 것은 너무 유명하고, 된장 들기름에 삼겹살 찍어 먹으면 느끼할 것 같은데 되려 풍미가 올라온다. 꼭 들기름에 해야 그 맛이 사는 나물들도 많고, 볶음밥의 킥이 들기름이 될때도 많다. 또 들기름에 빵찍어 먹으면 얼마나 고소한지! 입말한식에서 배웠던 들깨 가루에 들깨꿀을 타서 먹던 들깨차도 매력적이었고, 들깨송이부각은 또 얼마나 꼬소한지! 참깨 참기름에 가려 들깨, 들기름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


습관적, 무의식적에 하는 것들에 왜 이렇게하지? 하는 질문의 시작에서 많은 공부를 한다. 단순 지식이라고 하기엔 은근 일상에 유용한 지식들이 많다. 좀 더 확실하고 효율이 높아지는 것도 있지만, 더 좋은 것은 삶과 자연에 더 밀착된다는 기분이 들기에… 삐딱하게 왜 그러지? 라는 생각하고, 알아가는 것이 소중하다. 집요한 오타쿠스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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