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맛없다’라는 말에 조심스러워진다.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는데, 그럴때마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맛이 있다 없다가 ‘예쁘다 못생겼다’ 인것 같아서.. 맛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조심하려고 하지만 종종 무심코 튀어나온다. ‘이건 아니잖아'
내 기준에 맛이 맞지 않은 음식을 받았을 때, 또 곰곰이 따져본다. 재료가 맛이 없었을까? 아니면 만든 사람의 감각의 문제 인가? 그도 아니면 나의 폐쇄적인 판단의 문제인가? 흠… 하고 있는데 옆에서 김슨생이 별꼴이라는 눈치를 준다.
근데 아닌 것 같은데 우째…싶다가도 남들도 내 음식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으면서 고개가 푹 숙여진다. 대체 맛있는 것이란 뭘까? ‘맛있다’ 라는 말이 정의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취향이고 감각의 문제 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준(?)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냥 나의 기준… 공부를 하고 내린 내 기준의 ‘맛있다’는 ‘생존의 맛이 균형적으로 들어있다’라고 생각했다.
단맛은 에너지원에 대한 감각, 짠맛은 몸의 기능(윤활유)의 감각, 감칠맛은 에너지원+기능 거기에 유전자원의 감각, 신맛은 음식이 상한것과 잘 익어 소화가 되는 것에 대한 감각, 쓴맛은 독과 약에 대한 감각으로…단맛, 짠맛, 감칠맛, 신맛, 쓴맛 등이 골고루 생존에 필요한 만큼 균형있게 들어있는 것을 ‘맛있다’라고 해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맛있다’는 재료와 양념과 조리도 중요하지만, 내 몸상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몸상태에 따라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 다를테니…
맛을 감각하는 것이 곧 생존이다라고 생각한 뒤 ‘맛과 향’에 예민하게 집착했다. 난… 감각이 그렇게 예리하지 못하고 이미 많은 자극 속에 감각이 무뎌져 있어서, 먹어서 바로 맛과 향을 구분해 내지 못했다. 단맛에도 자연스런 단맛, 쨍한 단맛이 있고, 신맛에도 가공신맛, 쌔한 신맛이 있고, 쓴맛도 쌉싸름해서 군침이 도는 맛이 있고, 입이 텁텁해서 긁어내고 싶은 맛이 있다는 것을.. 배우고 감각했다. 여전히 그러고 있다.
감각에 예민하게 날 세웠더니, 아는 것이 피곤한 일이라고 그렇게 밖에 나가서 꼴값을 떨고 있는 것이다. 내가 봐도 재수없다. 그런데 밖에 음식은 너무도 생존적이지 못한걸… 설탕바른 뻥튀기 느낌? 입에선 자극적으로 단데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다. 치즈고기향 바른 소힘줄 느낌? 풍미는 기똥찬데 아무리 씹어도 소화되지 않는다. 먹고나면 소화하는데 힘을 다써 그런지 피곤하고 예민해지고, 자고나면 몸이 띵띵붓고 무겁다. 설탕, 감미료, 글루탐산나트륨, 향료 등등의 것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데 과학적 근거를 댈 수 없으니 입 다물엇…
혼자 이렇게 열을 올리다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입을 다물고, ‘나나 맛나게 먹지뭐’하고 점을 찍는다. 요즘 대개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원물 자체로 한입 베어 먹었을 때, 그리고 적당히 익혀 필요한 만큼의 간을 해서 먹었을 때이다. 자꾸 빼면뺄 수록 맛이 있었다. 어디까지 뺄 수 있나 해보겠다고 했는데, 계속 빼다보니 맛을 쌓는 것을 못하게 되었다. 딱 알맞는 그 맛인데 뭘 더 쌓아…
최근에 와닿는 책을 하나 만났다. #젊은요리사를위한14가지조언 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요리를 한다는 것…재료의 맛을 하나하나 충분히 끌어올려, 딱 필요한 만큼의 맛을 쌓아 모든 맛이 균형이 잡혀있고 한입을 먹어도 맛도 감각도 꽉차게 만들어내는 것. 자연에서 고군분투한 식재료를 잘 감각해서 불과 소금으로 재료를 예민하게 잘 다뤄내는 것. 격하게 공감했다. 요리를 잘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어려운 일이다.
맛있는 음식 먹자고 시작했던 일인것 같은데 난 내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끝도 없는 이길에 어디쯤 서있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는 함께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먹을 것이 범람하는 세상에, 잘먹고 잘사는 것에 모두가 관심이 있는 세상에, 잘 판단해서 잘 선택하려면 함께여야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