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개승마의 시간이 돌아왔다. 올해는 유독 빠른 시간이다. 눈개승마는 인삼 두릅 소고기 맛이 난다하여 삼나물이라고도 한다는데, 글쎄… 생 것으로는 사과향이 물씬난다. 올해는 그 향이 유독 싱그럽다. 작년의 것보가 오동통하고 물이 올라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겉 줄기가 매끈하고 뽀독하진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마다 영하의 온도에 눈개승마가 살짝 얼어버린다. 회복가능한 정도면 그나마 낫긴 하지만, 어쨌든 살짝 얼어버리면 줄기와 껍질이 분리되기 쉽고 그대로 놔두면 매끈함이 떨어진다.
단면만 봐도 살짝 물러진 것이 보인다. 물론 따서 놔두면 얼었던 부분이 녹아 마르기도 하지만, 색이나 향과 맛이 떨어진다. 집에 들고 왔더니 약간 쉰내도 나는 듯 했다. 참 나물 돌보는 것도 녹록치 않다. 스님께선 매끈함이 떨어진 이 눈개승마는 데쳐 얼리든지, 아니면 묵나물로 말리시겠다고 하셨다. 어쨌든 자연의 상태 고대로 받아 어떻게 먹을지는 우리의 몫. 생으로 먹는 것보다야 그것이 낫겠다 싶다.
이번에 눈개승마를 따면서 스님께서 신신당부를 하신 것이 있다. 줄기가 맛있다고 욕심낸다고 깊게 따지 말고, 줄기와 잎 사이에 난 새순은 남겨두고 잘라내라 하셨다. 안그랬더니 눈개승마가 많이 죽는 것 같다고. 글고보니 전에 두릅도 그랬다. 곁순은 따지 말고 놔두라고… 안그러면 죽는다고. 맛을 다 보겠다는 욕심으로 곁순을 다 따내버리면 나무는 영양분을 만들어낼 곳이 없어진다. 그들도 먹고 살 것은 남겨두고 거둬가야지 다신 살 수 없을 만큼 다 거둬가면 안된다는 것이 비단 두릅, 눈개승마만의 일일까.
인간의 삶에서도 종종 보는 일이다. 윗사람들의 탐욕에 아랫사람들에게 남겨진 것이 없는 인간 세상은 얼마나 팍팍하던가. 너무 착복착복하다가 망해버린 나라에서도 볼 수 있고, 청년들에게 남겨진게 없어 미래가 보이지 않는 나라에서도 볼 수 있다. 뒤를 생각하고 남겨야한다. 아깝다는 생각하지 말고 내일을 생각해야 하고, 먹을 만큼 먹었으면 먹지 못한 주변도 생각해야한다. 그래야..내년이 있다.
늘, 인간이 제일 해롭다는 생각을 했다. 자연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보니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자연의 혼돈 속(chaos)에서 질서(cosomos)를 잡는 역할인가 싶다. 자연의 식물들은 햇빛을 받으려고 아둥바둥 자기네들끼리 영역싸움을 하면서 서로 부딪히고 엉키는데 인간은 자유로운 팔과 다리로 식물들을 떼어놓기도 하고 풀어주기도 하면서 질서를 돌본다. 제일 나쁜 것은 인간이 아니라… 아무 생각이 없는 탐욕이 나쁜 것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