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날씨가 이상하다. 하긴 뭐 날씨가 안 이상했던 적이 있었나. 매해 새로운 봄의 날씨를 만나고 있는데, 조금 이라도 달라지면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뿐. 벌써 3번째 봄인데도, 내가 익혀뒀던 봄이 아니라서 매번 ‘이건 왜이래?’하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는 방풍이 눈에 띈다. 망경산사에서는 방풍을 뜯어본적이 없다. 봄이 다 끝나가도록 그렇게 크게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경동시장에서는 제일 싼 나물이 방풍이고, 겁이날 정도로 큰 사이즈로 파는 것도 방풍이다. 이렇게 흔하디 흔한 방풍이 망경산사에서는 이렇게 귀하디 귀하다.
자세히 들여다 본다. 내가 시장에서 사는 방풍은 대부분 남쪽의 것이다. 여수 금오도 방풍을 제일 많이 본다.
그 방풍나물은 커도 부드럽다. 잎도 얄랑얄랑하고 줄기도 보기엔 이렇게 두꺼운걸 어떻게 먹어? 싶지만, 샐러리보다 더 부드럽다. 잎은 쨍한 풀맛이 많이 나지만, 줄기는 달달해서 되려 잎이 많이 달린 것보다 줄기가 튼실한 것으로 고른다.
그런 감각으로 망경산사의 방풍나물을 보니, 싹이나는 새순은 색이 얄랑얄랑한 그런 연한 녹색인데 만져보면 줄기도 잎도 단단하다. 잎도 남쪽의 것에 비해 훨씬 두껍다. 줄기는 훨씬 단단하다. 아삭하다기 보다는 이제 슬슬 질겨지려고 한다. 무엇보다 3-5월 봄 내내 컷는데도 겨우 내 정강이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작년 이맘때쯤 신안에 갔다. 신안에 가서 놀랐던 것은 방풍의 사이즈다. 작년이 올해보다 좀 더 푸근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내 허리를 넘어선 사이즈의 방풍은 이거 먹는 건가? 싶을 정도로 컸다. 그럼에도 잎은 야들야들하고 줄기는 부들부들했다. 세찬 바람에 잎은 팔랑팔랑 날렸고, 줄기는 휘청휘청했다. 망경산사의 방풍은 마치 바위와도 같이 어떤 비바람에도 굳세게 있을 단단함인데 신안의 방풍은 전혀 달랐다.
방풍의 자리가 따로 있겠냐만은, 방풍이 쑥쑥 편안하게 크는 곳은 북쪽이기보단 남쪽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잘 돌봐줘도 추운 곳보다는 대충 놔둬도 따뜻한 곳에서 자유롭게 잘 자란달까. 양적으로나 맛적으로나 추운곳에서 힘겹게 자라낸 방풍보다도 따뜻한 곳에서 부드럽게 자라낸 방풍이 사람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도 같고. 살아낸 자리가 고스란히 맛과 향과 식감에 담긴다. 사람도 그런 것 같다. 너무 힘겹게 살면, 단단하고 강렬하지만 간혹 다른 사람과 잘 어우러지지 못할때도 있는 것처럼. 내가 편히 살 수 있는 곳에 잘 내려 앉아야 하는지도.
망경산사에서 방풍이 그렇게 늦게 나오는지 모르고 비슷하게 생긴 잎만 보면 방풍인가 하여 설레발 치던 시기가 있었다. 알고보니 그것은 메발톱꽃이었고, 금낭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