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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댁의 생각_66. 감자, 그 긴 여정

by 부암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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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그 긴긴 여정.



6년전, 요리공부를 막 시작했을때 샘표에서 유명 셰프들과 함께 많은 품종의 감자를 맛도 보고 요리도 했다는 기사로 처음 ‘감자’라는 것이 더이상 내가 아는 감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우쳤다. 감자가.. 품종이 많아?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때만해도 충격 그 잡채. 그때부터 여름이면 감자와 사투를 벌였다.



온갖 품종의 감자들을 종류별로 구해 쪄보고, 삶아보고, 구워보고, 튀겨보고… 나도 감자 품종에 따른 특성을 알고 싶었고, 그 품종이 왜 그 조리법에 잘 어울리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해가 거듭할수록, 알기는 커녕 감자 블랙홀에 더 깊이 빠질 뿐이었다. �분질이랬는데, 분질 안 같고, 찐감자에 어울린다고 했는데 쪄보니 안맛있고… 정보와 실제가 달랐다. 우짜란말이고. 에라이, 그냥 먹어!!



그러나 품종의 끈은 놓지 못했다. 질척이는 편…매해 품종별로 지역별로 구해서 감자를 맛봤다. 그렇게 계속 먹다가 작년쯤에야 아… 이런 맛으로 감자를 먹는건가? �하고 알았고, 조금씩 구분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휴… 감자 블랙홀에서 나갈 수 있을지 몰라.



감자 블랙홀에서 나오지 못했던 2가지 이유.


1. 감자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품종특성으로만 보면 헷갈린다. 2. 찐감자 조차도 각각 조리법이 다르다.



먼저 1번. 두백을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 것을 한 3년 정도 먹어보니, 이정도면 다른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차이가 컸다. 비, 바람, 온도 같은 기후의 영향도 컷겠지만, 일반, 석회질, 황토 같은 흙이 달라 미네랄과 미생물과 수분양의 차이에서 오는 것도 큰것 같다. 열매가 아니라 땅속 줄기 덩이라 흙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생각이다.



다음 2번. 감자는 불에 의해 맛이 많이 달라진다. 찌는 것도 쏀불에 찔수도 있고, 약한불에 찔수도 있고, 10분을 찔수도 20분을 찔수도 있다. 감자는 머금은 수분과 열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품종에 따라 맞는 요리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게 늘 헷갈렸는데, 맞는 요리가 있다기보다는 감자가 매력을 펼치는 적정 수분과 열이 있는 것 같다. 물, 기름, 불, 소금으로 세심하게 조절하여 감자가 매력을 펼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그 조리법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요러한 이해가 되고나서야 감자가 구분되어 보였다. 전분양이 아니라 전분의 종류로 이해하고, 맛은 크게 단맛과 감칠맛을 구분해서 이해하면 되겠다는 생각. 많이 해보니, 감자의 끄트머리를 따서 수분감과 전분감 체크하고, 감자향을 맡아보면 대략 감은 오긴 하는데, 그래도 요리를 하면 할 수록 새로운 발견들이 있어서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



감자 모임에서, 공간에서 내가 생각한 감자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풀었다. 감자스프, 찐감자, 감자구이, 감자옹심이, 감자전 등으로 감자를 감각해보실 수 있게 했는데, 얼마나 전달 되었는지 모르겠다. 가벼운 단맛, 묵직한 감칠맛, 부드러운 질감, 거친 식감..나는 6년 걸렸지만, 모두들 1년만에 깨달으시길. 6년이라 할말 많지만 늘 캡션이 길다고 하니 이만 줄임.



하지만 이말은 꼭 해야겠다. 이 감자를 이해하는 긴긴 여정은 농부님들이 안계셨다면 불가능했다. 뭘 해볼래도 감자가 있어야 하지! 매해 단 한해도 쉬운해가 없지만, 매번 감자를 생산하여 맛을 보게 해주신 덕분이다. 깨우침은 늘 땅과 농부님으로부터 받는다.



감자의 여정,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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