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속노화에 대한 생각
트렌드엔 좀 늦는 편입니다.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사실 그닥 궁금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해본건 아니지만… 나름 이것저것 해보고나니, 뭔가 특별한 것을 쫒아 봤자 결국 기본으로 돌아간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클래식은 왜? 라는 것에 관심을 두는 편입니다.
저속노화도.. 또 하나의 트렌드가 등장했나보다했습니다. 관심이 없으니.. 렌틸콩 먹으라는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하지만 저속노화에 관련한 먹을거리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에 한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대충알면 위험하다고.. 렌틸콩 먹으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삶을 충분히 살라는 이야기로 이해했습니다. 잠도 충분히 자고, 일도 움직임도 적당히 하고, 먹는것도 적당히 먹으면 늙는 속도가 늦어진다라고 이해되었습니다. 모든게 가속화 된 사회에 정말 필요한 이야기 입니다. 무심코 빨라지는 속도를 자꾸 멈춰서서 느리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 한살림 경기서남부 식생활교육에서 이야기 나눴던, 음식에 있어 저속노화에 대한 제 생각을 여기에도 좀 적어봅니다.
저속노화에서 핵심은 ’속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 빨리빨리 하려는 그 속도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음식에서 ‘속도‘를 생각해보면, 재료의 속도, 조리의 속도, 식사의 속도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재료의 속도
재료들 저마다 피어나는 때가 다르고 자라나는 속도가 다릅니다. 인간들과 같아요. 하지만 더 큰것을 먹고 싶고, 더 빨리 먹고 싶고, 아무때나 먹고 싶은 인간의 욕심에 맞춰 그 키우는 때와 속도를 조절합니다. 비료를 쓰고 하우스에서 키우는 등의 방법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보이는 모습은 다 큰 것 같지만 그렇게 자란 작물의 속은 하나도 차있지 않아요. 먹어보면 맛이 비어있고, 비어있으니 뭣보다 빨리 상합니다. 천천히 제 때에 제 속도로 자란 작물만이 그 작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품고, 보관도 오래가요. 그런 작물은 우리가 단번에 압니다 ‘아! 맛있다!‘라고.�
2. 조리의 속도
우리는 칼로 다다다 썰고 쎈불에 빠르게 휘리릭하는 조리를 잘하는 조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냉부해는 정말 무리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합니다�) 재료를 손질할땐 최대한 안 괴롭히고, 단맛과 감칠맛이 느껴질때까지 충분히 익혀줘야합니다. 휘리릭 볶아서는 단맛이 나지 않습니다.
쎈불에서는 쓴맛과 잡맛이 더 많이 나옵니다. 급하면 탈나는 맥락과 닿아있는듯해요. 되도록이면 뭉근한 약불에서 조리하는 편이 단맛감칠맛이 더 많이 나옵니다. 늘 하는 말입니다만, 단맛은 설탕에 있지 않습니다. 재료에 있습니다. 단맛이 나오도록 조리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면 맛에 만족도는 더 올라가요.
3. 식사의 속도
바쁜 사회가 되어가면서 우리는 식사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걸어가면서 먹고, 대충 때우고, 일하며 먹느라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먹어요. 하지만 식사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먹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풍미를 느낄 시간 없는데!! 라고 할 수 있어요. 풍미.. 를 느끼면 좋지만 풍미타령 하는게 아니라..
천천히 먹으며 진짜 먹어도 되는 음식인지 내 몸에 들어와 편안함 음식인지 느끼며 먹으라는 이야기 입니다. 일단 상했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익었는지 아닌지, 간이 맞는지 아닌지는 확인해야합니다. 상하지않은 것을 아는건 생존과 직결되니 더욱 잘 알아야하고, 뭣보다 익고 간이 맞아야 우리 몸에 들어와 소화가 잘되고 편안하니, 간과 익힘을 잘 감각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안익고 간이 안맞으면 우리 몸은 소화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됩니다.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지면 풍미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땅, 하늘, 비, 바람이 만들어낸 재료의 맛을, 곱게 잘 다루어낸 조리의 맛을, 가족과 함께한 풍요로운 시간도 느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빠른 속도에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예쁜 것, 맛있는 것, 아름다운 것, 감동적인 것은 충분한 시간을 들였을 때 만들어지고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속도가 느리다고 아무것도 안한건 아니잖아요. 삶은 속도보다 방향이라고 했습니다만, 어느 방향으로든 제대로 하나씩 쌓아가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속도…
좀 늦어도 별탈없습니다. 좀 늦는편이 맛있습니다.
다 각자의 속도를 찾으시어, 적당히 잘 향기롭게 ‘익어‘갔으면 좋겠습니다.
2025.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