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컬러풀 Apr 10. 2017

초보아빠 육아서 출간 후기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가족들과 가평으로 여행을 왔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첫 여행입니다. 오기 전엔 이곳에서 출판 축하를 겸하자고 했었지만 저 말고는 모두 잊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기쁩니다. 아이가 첫 물놀이를 즐거워했고, 오는 길에 마트에서 사온 고기가 참 맛있었고, 우리 모두 즐겁게 웃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 생애 첫 책을 출간했습니다.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인이다보니 책에 대한 이야기가 쑥스럽고 주변에 증정하며 서명 요청을 받을 때마다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참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합니다.


서른 즈음 막연히 책을 쓰고 싶다소망습니다. 주관적 관심과 보편적 관심의 교차점이 어디일까 고민하며 '가족'을 떠올렸고, 더 구체적으로 '육아'라는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문제는 저자가 남자인데다 미혼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원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육아서를 다독하고 간접경험하며 엄마가 행복해질 방법을 써내려 갔습니다. 학부 전공을 살려 직접 내지 디자인도 하고 제본도 습니다. 결과물을 출판사에 투고하고 업계 종사자들을 만났습니다.



결과는 대실패. 전문성도, 생생함도, 깊이도 없는 원고는 출판의 이유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역시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닌가 보다' 좌절하고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상담실 동료 선생님으로부터 새로 생긴 글 쓰기 플랫폼을 소개받았습니다. 제가 꿈을 이루게 된 결정적인 계기입니다.

써둔 원고도 있겠다 한 주에 한 편씩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저는 가정을 이루고 아이도 선물 받은 상태였지요. 활동을 시작한지 두 달 무렵 한 출판사의 편집장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직접 만난 출판사 식구들은 참 공손한 분들이셨습니다. 다행히 그동안의 공부와 경험이 출판의 이유를 조금 충족한 듯 했습니다.


출판을 약속하고 원 집필 시작했습니다. 글 쓰기는 예상대로 정말 어려웠습니다. 쓰고 정리하고 다듬고, 다듬고, 다듬고, 또 다듬고.. 기대 이하의 글에 낙담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책을 쓰는 동안 고질병 같은 불안에도 참 많이 시달렸습니다.


'내 글이 출판을 할만큼 가치가 있을까?' '책을 내기에 경험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닐까?' '내가 한 말을 스스로 지키지 못해 비난받으면 어쩌지?'

뱉은 말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며 보다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었지만 한계를 넘을 순 없었습니다. 억지를 부려봐야 불안은 더 심해질 뿐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진정시킬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솔직해지는 일'이었습니다.



첫 책,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는 임신하고 출산하며 아빠로서 품었던 궁금증과 고민, 생각을 정리한 책입니다. 수없이 많은 정보 중 '지금' 관심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의견 가운데 '주관적으로 공감가는 편' 택했습니다. 아이를 더 키우다보면 자연히 관심사가 변하고 지금의 믿음과 생각도 달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어디에나 적용 가능한 정답이 아닙니다. '틀릴 지도 모르는 한 사람의 초보 아빠가 전하는 이야기.' 이 책의 가치는 딱 그 정도 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제가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오답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부모가 자기 주관을 갖는 것. 그 주관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변할 준비를 하는 것. 더 나은 부모가 되고자 꾸준히 노력하는 것.



앞으로 많은 동료 아빠들과 각자의 주관을 나누고 우리가 나아갈 길을 함께 찾아볼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부족함을 더 채워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끝으로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도와주십시요.



매거진의 이전글 즐겨 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