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입문기에 쓴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는 비슷한 처지의 아빠들을 위한 정보서이자 '좋은 아빠 상'에 대한 주관을 담은 한 권의 서약서 같은 책이었습니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초보아빠의 불안이 많이 사그라들었고, 양육을 하면서도 큰 방향성이 있었기에 든든했습니다. 효과를 경험했기에 아빠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각자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길 적극 권유했고, 종종 좋은 자극을 받은 분들로부터 인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출판을 하면서부터 저를 따라다닌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과연 책에 담은 이론과 해석이 얼마나 정확할까? 초보아빠로서 내 예상과 포부는 얼마나 현실적일까?'
그 답을 알 수 없어 조금 찝찝했지만 아쉬움을 수용하며 초보아빠만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아빠로서 좀 더 살다보면 스스로 내 책을 깔(?) 날이 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5, 6년의 시간 동안 심리상담 전문가로서, 더불어 두 아이의 아빠로서 살면서 새로운 생각들을 만났고, 어느새 깔 날이 다가왔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준비없이 조금 섣부르게
자기 책 까기 프로젝트 '설레는 자책'을 시작해봅니다.
첫번째 자책, 아이의 정서 발달과 관계 연습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에서 임신 소식을 접했을 때 부모가 첫 번째로 할 일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부분에는 지금도 이의가 없습니다. 감정을 통해 진짜 나를 만나고, 가치관을 돌아보며 아이의 거울이 될 준비를 하는 것이 여전히 부모 됨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히 표현하기를 강조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화가 날 때도 있고, 서운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부모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정서기능을 배워갑니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체험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두 돌이 갓 지난 둘째가 1, 2주 전부터 엄마 껌딱지에서 아빠 바라기로 변했습니다. 아빠가 주는 밥에만 입을 벌리고, 아빠가 신겨주는 신발만 신고, 아빠가 해주는 안전벨트만 맵니다. 10분만 자리를 비워도 '아빠 필요해~'라며 달려오는 아이가 너무나 귀렵죠.. 네. 귀엽지만 두렵습니다.
와이프가 '그래, 고맙다~ 아빠 딸 해라!'라며 장난으로 넘기곤 하지만 가끔은 정말 서운해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우는 시늉을 하며 '엄마 슬퍼!'라고 하는데 그러면 둘째가 '엄마 괜찮아~'라며 안아줍니다. 지가 손도 못대게 해놓고..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 행동이 누군가를 속상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위로하는 법을 익힙니다. 이렇게 형성된 사회적 기술이 어린이집에서 또래 관계를 할 때도나타나더라고요.
첫째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대여섯살 무렵 엄마에게만 껌딱지처럼 행동을 하기에 제가 '흥!' 이라며 등을 돌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첫째가 '엉엉'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사실은 자기도 사랑하는 아빠에게 상처를 줬다는 미안함, 아빠가 혹시나 자기를 미워하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운 마음들이 울음으로 나온 것이죠. 그래서 첫째를 안아주면서 얘기해줬습니다.
"다은아 아빠 장난친 거야~ 매일 엄마만 안고 자도 아빠는 안 삐져. 아빠가 다은이 얼마나 사랑하는데. 엄마 안고 자다가 아빠 안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오면 돼. 알겠지?"
그 후에도 가끔씩 장난을 섞어서, 때로는 진지하게 서운함을 표현하고 화해하는 경험을 함께 했습니다. 울던 아이가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칠 줄 알게 되었고, 오해가 생겼을 때는 잘 설명하는 방법을 익혔으며 감정이 과하게 표현될 땐 조절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