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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Apr 01. 2024

그리고 나는 (08)



재미가 붙어서였을까? 야간다이빙이 기다렸졌다. 야간다이빙이라고 해서 조금 걱정하고 긴장을 했던 건 사실이었으나 실상은 저녁다이빙 정도였다. 어스름하게 해가 질 무렵에 바다로 가서 안전한 구역을 다이빙하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손에는 후레쉬를 하나씩 들고 들어갔다.


우리를 가르친 강사는 꽤 듬직한 분이었다. 어드벤스 교육 첫 날 여전한 우기로 바다가 조금 일렁일렁 했는데, 수강생들을 먼저 배에 태우고 늦게 타는 모습에서 안정감을 느꼈던 것 같다. 당연한 건데 그래도 안정감을 주는 행동이다. 그래서 야간다이빙을 가는 것이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충분히 교육을 받았고, 하던 대로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밤바다는 깊었다. 실제 거리로서의 깊이를 떠나, 후레쉬로 밝혀진 길만 보이는 바다는 훨씬 깊었다. 가보지 않았지만 우주에 간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생겼다.


같이 교육을 받던 버디가 쫓아오지 못하고 그만 수면 가까이 몸이 뜬 것이다. 나는 강사를 따라 충분히 내려와 있던 상황이었다. 강사는 안전한 조형물 곁으로 나를 데리고 갔고 수신호로 여기서 기다리라는 신호를 줬다. 나는 알아듣고 무릎꿇어 자세로 기다렸다. 강사와 버디는 저기 보이는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기다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그 덕분에 나는 잠시 밤바다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후레쉬로 여기저기 비춰보기도 하고, 곁을 지나가는 큰 물고기(인어공주에서 마녀의 심복으로 나오는 심술궂은 애들 비슷하게 생긴)도 보고. 잠깐이지만 이 깊은 바다에 나 혼자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하고 공상을 하기도 하고(그렇다 나는 슈퍼N이다).


곧이어 강사와 버디가 왔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바다 속 유영.


중간에 잠시 멈춰서 후레쉬를 끄고 반딧불이 같은 플랑크톤의 반짝이도 봤다. 그리고 다시 수면으로 상승.


낮에 바다에 들어갈 때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다. 지금도 어드벤스 교육을 생각하면 야간다이빙을 또 가고 싶을 정도로 생각이 난다. 조형물 근처에서 혼자 기다리던 그 밤의 바다. 어디선가 신비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던 밤바다 그 속에서.


어드벤스 교육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나는 바다를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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