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는 문화적인 열등감이 있다. "두유노~" 목록에 뭔가가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열등감은 옅어지고 동시에 '나는 잘 나가는 한국인'이라는 국수주의적인 태도도 옅어지는 역설적인 결과가 벌어진다. 그런 점에서 <오징어게임>의 흥행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정말로 나는 그 드라마가,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오징어게임>이 재미가 없었다. 첫 두 편을 빨리감기로 보다가, 결국 결말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말았다. 그동안 충격적인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 <배틀로열>은 정말 재밌었는데, 빚이 있는 사람들이 게임에 참가한다는 설정 자체는 오히려 더 현실적인 <오징어게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평소에 즐겨보는 SF와 판타지 영화들과 비교하면, 이 드라마를 향한 나의 불감증은 나 스스로도 의아할 정도다.
유명 배우와 넷플릭스 사장님의 <오징어게임> 빠 인증샷. 이 분들, 왜이러는 걸까 (문제시 댓글로 삭제요청바람)
방구석 비평가들의 성지로 알려진 왓챠에서는 평가가 양극단으로 갈린다. 호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근거가 없다. 결코 그 사람들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그 사람들에게는 드라마가 재밌다는 거고,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오징어게임>을 재밌게 시청한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징어게임> '까'들의 근거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개연성 부족, 연기력 부족, 뻔한 전개. 극 중 약자 표현이 단순한 혐오로 취급되는 것도 결국 종합적인 주제의식과 핍진성 결여로 '말이 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까들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내게 <오징어게임>이 노잼이었던 이유는 현실이 더 영화 같기 때문이다. 개연성, 연기력, 전개 모두에서 늘 접하는 현실이 압도적으로 흥미롭다는 것이다.
"아빠가 게임 참가 티켓 줬음" (출처: 스브스)
2015년에 월급 250만 원으로 입사한 내 나이 또래의 퇴직자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징어 게임 속 말일뿐이다.” 게임 속 말이 된 대가로 50억 원을 받은 그 사람의 항변이야말로 <오징어게임> 속의 클리셰보다 더 클리셰 같이 들렸다. 연기력도 탁월하다. 심지어 글로 썼는데도 행간에서 메소드급 연기력이 읽힌다.
업무로 인한 건강 문제가 있었다면서 밝힌 "끊이지 않는 기침과 이명"이라는 대목에서는, '이거 읽으면서 헛기침하는 사람, 이거야말로 헛소리라면서 자기 귀를 의심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거다. 이정재가 울고 갈 것 같다.
나도 그 무렵에 회사를 처음 다녔고, 조금 다니다가 퇴사했다. 입사 직후 월급만 비교하면 그 사람보다 더 받았는데, 퇴직금은 도저히 비교가 안 된다. 내가 가진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2015년부터 올 3월까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면, 지분 취득이나 직접투자 없이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았다.
오겜 명함,, 구합니다,,
그렇다. 곽병채 씨는 진실을 말한 거다. 요무렵 우리나라 어디에선가 오징어게임이 열린 거다. 곽병채 씨는, 게임에 참가한 대가로 50억을 받은 거고, 그 사람 아빠는 청와대 높은 자리에서 일했으니까, 게임 참가 티켓을 구하는 방법을 알 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까 우리는 물어야 한다. 그 게임, 어디에서 참가할 수 있나요? 다음 게임은 언제 열리나요? 알려주세요, 라고. 특검이든 수사든, 뭐든 해서 좀 알려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