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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찡 Oct 14. 2015

오늘 뭐 먹어?

01. 끼니와 애정의 상관관계

자기는 나 요새 뭐 먹었는지 안 궁금해?




짜증이 많아서 친구들 사이엔 '짜증맨'으로 통한다는 사람.

질서 없는 군중이 모이는 자리를 싫어하고, 남에게 피해주는 행위 자체를 꺼려하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표정부터 드러난다는 사람.

연애를 하면 다른 사람이 되는 걸까? 나에게는 다정함이란 단어가 사람이 되면 그일 것 같다.

우리는 닮은 점도 많고, 극명하게 다르기도 하다. 극한 차이 중 하나는 음식에 대한 태도다.

입도 짧고, 양도 적어서 생명에 지장없을 정도로만 먹고 디저트라던지 달콤한 것은 입에 잘 안대는 남자. 그래서 맛있는 걸 먹고싶어하는 욕구를 24시간 내내 치솟는 나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치킨을 먹고 콜라를 마시고 입가심으로 달달한 과자를 먹고 윽 너무 다니까 짭짤한 감자칩까지 해치우는 나.

그렇게 먹고 나서도 나는 "아 케익먹고싶다." "그 과자가 먹고싶어."라며 남자친구에겐 낯선 디저트의이름들을 한껏 불러본다. 마음 속에선 온갖 시험이 시작될 테지만 그는 일단 받아준다. 놀라운 참을성을 보이는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는 '먹다가 마는 것'일것이다. 나는 먹다 보면 중간에 배부르기도 하고, 다른 것을 맛보고싶다며 변덕을 부린다. 그는 잔소리를 퍼붓고 싶을테지만 "나중에 먹을거야?" 라 묻는다. 아마 많은 것을 참고 있을 거란 건 안 봐도 비디오겠지.


 어느새 2년 가까이 만나고 있고, 다양한 감정을 공유하고 꽤 많은 것을 서로 양보하며 시간을 보냈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 수록, 우리는 다양한 변화들과 마주했다.  그저 끼니를 때우는 것에 불과했던 그의 식사는 영양가 높은 요리들이 대신했고 달콤하고 다양한 디저트란 미지의 세계가 더이상 낯설진 않았다.

반면에 난 야근이 많아지면서 끼니를 때우는 쪽으로 변했다. 놀랍게도 끼니를 거르는 순간들도 많아졌다.





사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그가 물었다. 뭘 먹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벙.


그는 "나는 자기가 끼니는 챙겨먹었는지 막 궁금한데~" 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요즘 그는 체중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거든. 살을 찌우려면 잘 챙겨 먹어야하는데 그 생각을 하다보니 내가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그랬다. 물어봐주기만 해도 잘 챙겨먹을 것 같다면서.


벙. 벙. 벙.


아차 잊고 있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그 사람 많은데서 줄을 서고, 기다려서 굳이 그걸 사온 건. 나를 사랑해서였다.

향신료 강한 걸 싫어하지만 여자친구가 먹어야 힘이 난다니 억지로 훠궈를 먹어준 거였다.

그의 생활 패턴이 변해서라기보단 그저 행복해하고 건강한 내 모습을 보고싶어서였던 것이다.

난 미안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바쁘고 야근이 많다는 핑계로, 그를 향한 사랑을 표현함에 인색했던 것도

그의 배려와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은 것도 전부 다.


바쁜 것도, 힘든 것도 나 뿐만은 아닐텐데 내 짐이 제일 무겁다고 느껴질 때.

제대로 느끼고 고마워해야할 것을 방해할 때가 있다.


내일은 먼저 물어봐줘야지.

자기야 오늘은 뭐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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