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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종찬 Jul 13. 2017

블록체인에 입문하기 전

Prep for blockchain beginners

블록체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이 기술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첫째로 블록체인을 정의하는데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고, 사람들마다 블록체인의 개념과 의미, 철학이 다 달라서 용어에 대한 합의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컴퓨터공학/경제학/인문학/커머스/정치이념의 영역이 적절히 종합되어있는 기술인지라, 관점의 차이가 기술의 개념을 좌지우지한다. 예를 들어보자.


공학적으로 접근하여 블록체인은 문자 그대로 '블록'과 '체인'의 조합이며 이 두가지 요소가 필수적으로 존재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집단이 있는 반면, 철학/이념적으로 접근하여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통해 중앙집중적 권력으로부터 탈피하는 기술로서 글로벌 규모의 작업증명과 공개된 네트워크가 필수요소라고 주장하는 집단도 있다. 커머스적인 접근으로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개체 간 합의를 통해 단일의 비가역적인 정보를 관리/처리하는 기술"이니 굳이 트랜잭션을 블록으로 구성할 필요도, 공개된 네트워크를 통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집단도 존재한다.  


블록체인을 이해하기 어려운 두번째 이유는 암호/경제학적 발견으로 기존에 없던 세계관을 꾸린 블록체인 기술이 현존하는 산업에 적용되는 시기로 넘어오게됬고, 기존의 비즈니스 요구조건을 맞추는 과정 속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블록체인은 OO이다" 라는 정적인 정의를 내리는건 아직 초기단계인 산업에서 섣부른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을 정의하려면 두 가지 관점에서 보면 된다. 첫째는 문제의식와 문제해결의 관점이다. 즉 기술의 구성요소를 보고 블록체인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떠한 산업의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가가 판단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예를들면 비트코인은 "중개자없이 익명의 개인 간 가치를 전달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P2P 캐시시스템이고, R3의 코다(Corda)는 금융기관 간 단일의 정보를 저장/관리하여 정보의 중복과 대사를 없애는 금융계약 플랫폼이다. 두 기술이 전혀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동일한 블록체인 철학 또는 기준으로 바라보면 안된다.


"블록체인은 이렇다" 라는 개념을 먼저 설정하게되면 그로인해 잘못된 인식이 파생되기도한다. 예를들어 "블록체인은 안전성과 투명성을 보장한다"라는 개념만을 가지고 안전성과 투명성이 필요한 적용분야를 찾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아마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문제로 의식하고 억지로 기술을 적용하는 시도를 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오류를 범한다. 이와는 반대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적용해야한다.


두번째는 기술이 항상 변화한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2009년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업계에선 창의적인 합의 알고리즘과 인센티브 구조를 지닌 다양한 기술들이 꾸준히 연구/개발되고 있고, 원장구조 (ledger construct), 자산형태 (asset model), 트랜잭션 구조 등의 블록체인 구성요소 역시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적용 산업의 요구조건에 맞게 진화하고있다. 즉 목표로 두는 산업에 적용하기위해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조율하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공부를 할 양은 많아지지만 그만큼 한가지 기술 개념에 고립되지 않는다. 현재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강연에서 블록체인을 설명할 때 비트코인의 블록구조와 합의구조를 설명하는 수준에 그치는것도 바로 기술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서다.



정리하면,

- 블록체인 기술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정의가 나뉜다.

- 산업의 요구조건에 맞게 진화하기 때문에 한가지 개념으로 기술 적용의 당위성을 논할 수 없다.

- 문제의식과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기술을 판단한다.

- 기술이 항상 변화한다는 확신을 가진다.


블록체인 기술에 입문하거나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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