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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US 기술, 탄소중립 시대의 게임체인저

by 심준규 Jace Shim

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 지구적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탄소중립 달성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로 부상했다. 기존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혁신적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로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이 그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다.

CCUS는 산업현장이나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이를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하거나 안전하게 저장하는 통합 기술이다. 단순히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이미 배출된 탄소를 회수하여 경제적 가치로 전환시키는 혁명적 발상의 전환을 제시한다.


글로벌 CCUS 기술 패권 경쟁의 현주소

중국의 전략적 투자와 기술 독점화

중국은 CCUS 기술을 차세대 에너지 패권 확보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에너지 구조를 고려할 때, 탄소배출량 급격한 감축보다는 CCUS를 통한 탄소 관리가 더 현실적인 선택지로 여겨진다.

중국 IT 대기업 텐센트는 2023년부터 향후 3년간 **2,800만 달러(약 383억 원)**를 CCUS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 투자를 넘어서 국가 차원의 기술 생태계 구축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의 특허 확보 현황이다. 2000년부터 2024년 2월까지 중국이 등록한 탄소포집 관련 기술 특허는 10,191건으로, 이는 전 세계 관련 특허의 약 **50%**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이러한 특허 독점화는 향후 CCUS 기술의 글로벌 확산 과정에서 중국이 막대한 기술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서구 에너지 기업들의 CCS 집중 전략

반면 서구의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석유 시추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하여 고갈된 유전이나 가스전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대규모 탄소 저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석유 대기업 엑손모빌은 2025년까지 20개의 CCUS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텍사스 지역에서 연간 1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멕시코만 해저에 저장하는 대규모 CCS 허브 구축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는 단일 프로젝트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 저장 시설로 평가받는다.


CCUS 기술의 핵심 구조와 응용 분야

CCS: 대용량 탄소 저장의 핵심 기술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하 깊숙한 곳이나 해저 지층에 영구 저장하는 기술이다. 발전소, 제철소, 시멘트 공장 등 대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시설에 적용되어 즉각적인 탄소저감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저장 방식은 주로 고갈된 석유·가스전, 염수층, 현무암층 등 지질학적으로 안정한 지층을 활용한다.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지하 고압 상태에서 반영구적으로 격리되어 대기 중으로 재방출될 위험성이 극히 낮다.


CCU: 탄소의 자원화를 통한 순환경제 실현

CCU(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는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폐기물이 아닌 유용한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화학 촉매 반응을 통해 플라스틱 원료, 건축자재, 연료 등 다양한 제품으로 변환할 수 있어 탄소 순환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CCU 응용사례로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콘크리트 제조, 메탄올 생산, 폴리머 합성 등이 있다. 특히 건설업계에서는 CCU 기술로 제조된 콘크리트가 기존 제품 대비 강도는 높이면서도 탄소 발자국은 현저히 줄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CCUS 기술 개발 현황과 전략

대기업 주도의 CCS 프로젝트 추진

국내 주요 에너지 기업들도 CCUS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등이 각각 독자적인 CCS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특히 동해 가스전과 서해 해저 지층을 활용한 대규모 탄소 저장소 구축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혁신적 CCU 기술 상용화

국내 중소기업들의 CCU 기술 수준도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하여 고품질 드라이아이스를 생산하는 설비를 완전 상용화했다. 이렇게 생산된 드라이아이스는 냉동물류, 식품보관, 의료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CCU 기술의 실용적 적용 모델로 높이 평가받는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한 친환경 화학제품 생산 기술, 탄소 기반 신소재 개발 등 고부가가치 CCU 응용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 기술 육성 정책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CCUS 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대규모 실증사업을 공모하여 정부, 산업계, 학계 간 협력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이를 통해 기초연구부터 실증, 상용화까지 전주기 기술 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CCUS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하여 상용화 단계의 대형 실증 프로젝트에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CCUS가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

탄소의 폐기물에서 자원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CCUS 기술의 가장 혁신적인 측면은 기존에 폐기물로 여겨졌던 이산화탄소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자원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서 완전히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반 기술로 작용한다.

탄소 포집 및 활용 산업이 본격화되면, 기존 화석연료 기반 경제구조에서 탄소 순환형 경제구조로의 근본적 전환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존 산업의 친환경적 전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등장 등 다면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글로벌 탄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확보

국제 탄소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CCUS 기술 보유 여부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CBAM) 도입, 각국의 탄소중립 의무화 등으로 탄소 관리 능력이 곧 시장 접근성과 직결되는 상황이다.

CCUS 기술을 통해 생산된 저탄소 제품들은 프리미엄 가격으로 판매될 수 있으며, 탄소 크레딧 거래 시장에서도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인센티브는 CCUS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가속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CCUS 기술이 그려낼 탄소중립 시대

국제 에너지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축

CCUS 기술 개발 경쟁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서 국가 간 에너지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특허 독점화를 통해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과 서구 선진국들의 대규모 실증 프로젝트 추진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향후 CCUS 기술 표준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국가가 관련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패권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향

우리나라가 CCUS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연구기관 간의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유한 IT 기술, 화학 공정 기술, 해양 플랜트 기술 등을 CCUS 분야에 융합하여 차별화된 경쟁력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CCUS 허브로서의 역할을 모색하고, 국제 협력을 통한 대규모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적극 창출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 실현과 동시에 미래 에너지 산업에서의 주도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CCUS 기술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동력이자 새로운 산업 혁명의 출발점이다. 이 기술 혁신의 물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국가와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중국 탄소포집 기술 특허 현황: 2000-2024년 2월 기준 10,191건 (전 세계 약 50%)

텐센트 CCUS 투자 규모: 2023-2026년 2,800만 달러 (약 383억 원)

엑손모빌 CCUS 프로젝트: 2025년까지 20개 프로젝트, 텍사스 지역 연간 1억 톤 규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CCUS 실증사업 현황 (2024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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