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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월드컵, 파리올림픽의 교훈을 되새길 때

by 심준규 Jace Shim

파리올림픽이 보여준 녹색 전환의 가능성

2024년 파리올림픽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한여름 에어컨 없는 선수단 버스와 채식 위주의 식단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지만, 이러한 불편함 뒤에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전 대회 평균 탄소 배출량 350만톤의 절반 수준인 175만톤으로 제한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고, 경기장 구성부터 운영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 변화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1900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그랑 팔레에서는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펼쳐졌고, 프랑스 군사 역사박물관 부지인 앵발리드는 양궁 경기장으로 탈바꿈했다.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대신 역사적 건물과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접근법은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이중의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파리올림픽이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의 지속가능한 전환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이다. 파리 시내에는 3,000대의 대여 자전거와 1,000km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신설되었고, 대중교통망이 대폭 확충되었다. 선수와 관계자 차량은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로 대체되어 대회 기간 동안의 환경 영향을 최소화했다.


이러한 노력은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파리 시민들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인프라로 남았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제한과 대중교통 이용 장려 캠페인은 참가자와 관중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고, 새로운 스포츠 문화로 자리잡았다. 경기 결과 못지않게 각 경기장의 에너지 효율성과 재생 가능 자원 활용도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면서,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험장으로 거듭났다.


파리올림픽의 성공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을 우선시하겠다는 명확한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조직위원회는 처음부터 '가장 지속 가능한 올림픽'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탄소 배출 감축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선수들의 일시적 불편보다 지구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가치 판단은 때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2026 월드컵, 역대 최악의 탄소 배출 우려

파리올림픽의 성공적인 사례와 달리, 2026년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개최될 FIFA 월드컵은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기후행동 싱크탱크 뉴웨더 인스티튜트와 환경보호기금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2026 월드컵은 9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서 1년간 운행되는 승용차 650만대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규모다.


탄소 배출량이 급증하는 근본 원인은 대회 규모의 무분별한 확대에 있다. FIFA는 참가국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경기 수를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늘렸고, 관람객은 340만명에서 50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3개국 16개 도시에서 경기가 분산 개최되면서 선수단과 관람객의 장거리 항공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FIFA 자체 예측에서도 탄소 배출량의 85%가 이동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북중미 이외 지역에서의 이동이 51%, 도시 간 이동이 34%를 차지한다. 3개국 간 거리가 멀어 선수단과 관람객이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탄소 배출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주범이다.


흥미로운 점은 FIFA가 자체적으로 추산한 탄소 배출량이 370만톤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환경보호기금과 뉴웨더 인스티튜트가 전망한 900만톤과 무려 530만톤의 차이가 난다. 독립 연구기관들은 FIFA가 스폰서십 계약으로 인한 배출량, 경기 관련 간접 배출량 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제외했다고 비판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FIFA가 2021년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약속한 탄소중립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FIFA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고 204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북중미 월드컵에서 연이어 배출량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216만톤과 비교하면 2026년 배출량은 4배 이상 급증하는 셈이다.


환경보호기금의 삼란 알리 책임자는 "월드컵은 우리를 공통의 사랑으로 하나로 묶지만, 동시에 엄청난 탄소 비용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대규모 행사에서 환경적 책임은 결코 뒷전으로 미뤄질 수 없으며, 투명한 회계 처리와 실질적인 배출량 감축을 통해 구속력 있는 기준과 진지한 기후 목표를 반영하는 파트너십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IFA의 스폰서십 정책은 탄소 배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FIFA는 최근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와 중요한 상업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연구기관들은 스폰서십 계약으로 인한 배출량을 약 2,995만톤으로 추산한다. 스포츠 기후행동네트워크 쿨다운의 앤드류 심스 책임자는 "FIFA는 세계 최대 석유 회사와 협력하면서 담배보다 더 나쁜 스포츠 스폰서를 발견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선수와 팬들의 안전 문제도 심각한 우려 사항이다. 환경보호기금이 실시한 기후 비상사태 위험 평가에 따르면, 16개 경기장 중 6곳이 극심한 열 스트레스에 직면해 있다. 댈러스의 AT&T 스타디움은 연중 37일 동안 섭씨 35도 이상의 고온을 경험하며, 7월 습구 온도는 섭씨 28.6도로 FIFA 안전 기준을 초과한다. 환경보호기금은 16개 경기장 중 절반에서 선수와 팬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즉각적인 환경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 지속가능성으로 재설계해야

파리올림픽과 2026 월드컵의 극명한 대조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대회 규모 자체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더 많은 국가, 더 많은 경기, 더 많은 관중이 반드시 더 나은 대회를 의미하지 않는다.


카본마켓워치가 파리올림픽 직전 발표한 '친환경으로 전환' 보고서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한다. 스포츠 이벤트들이 건설 재료 재활용과 에너지 효율성 보완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항공 여행을 줄이기 위한 계획 없이는 탄소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항공기 이용 대신 육로를 통해 관중이 관람할 수 있게 경기 간 동선을 조정하고, 장기적으로 대회를 축소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개최 방식의 근본적인 재설계도 시급하다. 파리올림픽처럼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경기장 간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며, 대중교통 중심의 이동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2026 월드컵이 3개국 16개 도시에 경기장을 분산 배치한 방식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단일 국가 또는 인접한 지역에 경기장을 집중시키고, 고속철도와 같은 저탄소 교통수단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내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개최지 선정 기준도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한여름 사막 기후 지역이나 극심한 열 스트레스가 예상되는 도시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방식은 선수와 관중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냉방 에너지 사용으로 탄소 배출을 급증시킨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974개 컨테이너로 재활용 가능한 경기장을 건설한 노력도 무더운 날씨 때문에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냉방을 해야 해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무색해졌다.


2030년 스페인 월드컵과 2034년 사우디아라비아 월드컵 역시 항공 여행 의존도와 새로운 경기장 건설로 인한 심각한 오염과 환경파괴가 예상된다. FIFA는 이미 결정된 대회들에 대해서라도 탄소 배출 감축 방안을 즉각 수립하고, 향후 개최지 선정 시 기후 영향 평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스폰서십 정책의 전면 재검토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화석연료 기업과의 스폰서십은 대회의 탄소 배출을 급증시킬 뿐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국제 스포츠계의 진정성 자체를 의심받게 만든다. 스포츠 기후행동네트워크 쿨다운의 앤드류 심스 책임자가 지적했듯이, 축구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도전했던 것처럼 기후 변화에 대한 세계적인 행동을 촉구할 수 있다. 다만 FIFA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오염 유발자들을 홍보하는 광고판으로 축구를 이용하는 관행을 중단해야만 가능하다.


파리올림픽이 증명했듯이,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녹색 전환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 그리고 불편함을 감수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반대로 2026 월드컵이 보여주는 무분별한 규모 확대와 화석연료 기업과의 밀착은 스포츠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주범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선택의 기로에 선 국제 스포츠계는 파리올림픽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실험장이 될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탄소 폭탄이 될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FIFA를 비롯한 국제 스포츠 기구들이 진정성 있는 탄소 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는 우리가 열광했던 스포츠 축제를 환경 파괴의 상징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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