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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음악합창은 박박사님의 학벌보다 진심이 먼저다.

6년간 교회음악창작성가공모 접수하여 선별해 본 경험

필자가 교회음악 합창 출판기획일을 한지 벌써 6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 몰랐지만 이젠 악보만 들여다봐도 이 사람이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는지, 이 곡이 교회음악 출판용으로 적합한지 눈에 보인다. 


필자가 소속된 업체의 경우 계속해서 '창작성가 공모'를 받고 있고 필자가 서류와 곡을 우선 심사 후 걸러서 다음 심사위원들께 자료를 넘긴다. 대한민국은 철저한 '학벌중심'사회이다. 물론 최근 들어 블라인드 전형 등 학력을 보지 않는 '사람 중심'의 채용방식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나, 한국사회에서 '학벌'은 여전히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이며, 연줄 학연 지연으로 이어지는 사회생활의 기본 요소가 된다. 


처음에 심사 기초위원으로 곡들을 볼 때 필자는 각 사람들이 보낸 신청서의 '이력'을 먼저 보고 곡들을 살펴보았다. 국내외 명문 음대 출신의 대학생에서부터 미국, 독일의 저명한 음대에서 석박사를 받거나 재학 중인 재원, 및 교수님에 가까운 분들의 곡들도 오지만, 지방에 작은 산골교회 목회자, 대학생의 곡 및 컴퓨터 사보 프로그램을 쓸 줄 몰라서 손 사보로 정성 들여 보내온 분들 등, 다양한 분들의 곡을 보게 된다. 


필자가 어린 시절, 음대 입시를 앞에 두던 당시, 지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음대 교수님들은 한두 번만 들어보면 이 친구가 얼마나 잘하는지 다 알아". 필자는 "말도 안 된다"라고 우겼다. 신이냐? 어떻게 한두 번 듣고 이 사람이 잘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는가?  그때는 정말 몰랐다. 여기서 대학생 친구들에게 한마디 남기고 싶다. 지금 여러분들이 "내가 좀 안다"라고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님을,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면 그때 얼마나 본인의 지식과 식견이 부족했음을 꺠우치게 된다. 


처음에 심사할 당시 필자는 '이력'을 먼저 보고 곡을 살펴보았다고 했다. 좋은 음대, 미국 독일 등에서 학업 중인 사람들의 곡이 이상하게 더 '좋아 보인다' 생각을 뇌리에 주게 되고, 위에 이야기한 데로 지방교회 목회자, 대학생들의 곡은 '별로다'라는 생각이 너무도 '당연하게'드는 것을 발견했다. 음악을 음악 그대로 느끼지 못하고 대한민국 사회가 그대로 해방 후 70여 년간 답습해 오던 '학벌'하나로 필자도 똑같은 짓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 뒤로 필자는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 먼저 '곡'을 살펴보고 필자의 생각과 느낌을 마음속으로 정리한 후, '이력'을 보았다. 그때부터 필자는 악보 속에 담긴 지원자들의 생각과 수준, 음악적 깊이를 보는 능력을 갖게 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영어 표현 중에 less is better라는 표현이 있다. 과한 것보다 조금 더 부족한 듯한 것이 더 좋다는 표현이다. 이상하리만큼, '공부했다고'하는 분들의 곡은 '작품'에 가까운 전개로 흘러간다. 되래 교회음악 출판용으로 적합한 것은 '공부 좀 했다고'하는 분들의 곡이 아니라, 때로는 목회의 현장에서 경험한 느낌으로 곡을 쓰고, 정갈하고 단순하게, 그야말로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모인 교회 성가대가 부를 '쉬운 버전'의 곡들이 훨씬 더 음악적으로 흐름이 좋음을 발견하게 된다. 


오랫동안 많이 공부하신 분들의 교회음악 합창은 너무 어려웠고 난해했다.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이 아니라 내가 이만큼 공부한 '훌륭한 사람'을 나타내려 한 듯 보였다. 

되레 필자가 은혜받는 부분은 대학생들이, 목회와 찬양의 오랜 경험 속에 하나님을 만난 '진심'이 담긴 곡들이 심사 기초위원으로서 내 마음을 훔친 사실은 명백한 진실이다. 


학문적인 음악, 현대음악의 부분에선 '내가 이만큼 공부했다'라고 자부하는 분들의 음악이 절대적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가 6년의 시간 동안 최고의 교회음악 합창곡 발굴을 위해 달려온 시간에서 돌아보니 교회음악 합창은 대단한 학교에서 석박사를 몇 개씩 딴 '박박사님'의 학벌이 아닌 하나님을 향한 내 마음의 '진심'이 담겼을 때 그때 비로소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울림을 주고 내 마음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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