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음악출판 10년의 경험을 돌아보며 (1)
번역이란 무엇일까? 번역은 -어떤 언어로 쓰인 글을 다른 언어로 된 상응하는 의미로 글을 전달하는 일- (위키백과사전 인용) 을 말한다. 필자는 교회음악출판 쪽에서 출판기획으로 2013년부터 근무해 횟수로 올해 10년을 채웠다. 많은 일을 진행했고, 그중 일부 '번역'도 직접 진행을 해 왔다. 필자가 근무한 'ㅂ'회사, 'ㅈ' 회사 모두 일부분 필자의 번역이 소량이지만 출판되어 있다. 교회음악출판이기에 대부분, 필자의 번역은 미국 출판사에서 나온 성가를 한국어로 그리고 칸타타 중 서문 (foreward)와 내레이션 (naration) 등이다. 아, 노래의 경우 '번안'으로 표현이 된다.
번역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해당 언어로 된 문단, 구절을 모두 해석해 이해해야 한다. 영어의 경우 프레이즈 별, 문단 별 핵심 주제와 단어를 파악하고 그것을 하나씩 메모지, 혹은 인쇄물 페이지에서 형광펜 등으로 표시하면 전체의 글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정리가 된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한번, 한국어로 바꾸어 표기해 보면 어디가 부족한지, 어떤 번역이 직역이 되어 한국어로 표현이 이상한 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서구권 언어 대부분은 한국어와 어순이 다르다. 따라서 직역을 하게 되면 한국어로 이상한 문장이 되기에 반드시 번역하는 사람은 어순이 맞지 않은 부분을 잘 꿰매어 부드러운 한국어로 재 탄생 시킬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번역의 묘미라고 본다. 필자가 근무했던 'ㅂ'회사에서 스위스 플루트 교재를 만드는 출판사와 교재 수입, 제작에 관해 여러 번 이메일을 주고받았을 때, 그 회사 담당자가 했던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에 담긴 여러 가지 내용 중 일부는 한국 문화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에 반드시 적절한 한국어 표현, 문화에 맞게 재 탄생되는 부분이 필요할 겁니다. 그런 부분 또한 우리와 긴밀히 이야기하며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일반 언어를 번역하는 것과 다르게 노래를 번안하는 경우 어순의 차이로 인한 문제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I love you와 같은 구조로 말하는 어순으로 만들어진 멜로디 또한, 직역을 할 경우 너무도 이상한 번안이 되는 것 마찬가지다. 영어권의 노래의 경우 못 갖춘 마디로 시작하는 곡 또한 많기에, 이것을 효과적으로 한국 언어의 흐름에 맞게 바꾸는 센스가 꼭 필요하다. 학교 다니던 시절에 배운 '강약 중강 약' (4/4박자의 경우)의 법칙에 의해 대부분 외국곡 멜로디를 한국어로 바꾸면 약박에 가사의 첫마디가 들어가 한국어로 말하는 음절이 분리되어 가사 전달의 효과가 매우 부족해진다.
필자는 여러 교수님들과도 번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의견을 들었는데, 교수들도 모두 다르게 바라본다. 어떤 교수님은 필자와 같이 못 갖춘 마디로 시작하는 외국 곡, 혹은 멜로디 그대로 가사를 바꿀 때 한국어 음절이 분리되는 현상을 피하고자 아예 멜로디를 중심에 두고 100%는 아니더라도 한국어 가사가 최대한 전달되게 가사를 붙이기도 한다. 또 다른 교수님은 음절 분할보다 조금이라도 더, 영어식 표현을 한국어 표현에 가깝게 말을 바꾸는 것에 초점을 두기도 했다. 노래는 가사 전달에 의미를 두기에 필자 역시, 멜로디 라인을 살려 거기에 한국어를 붙일 때 가장 효과적인 '번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ㅂ' 회사, 'ㅈ' 회사에 일부분 필자의 번안과 번역이 출판되어 있다. 그중 어떤 곡, 어떤 부분은 소량이어서 필자의 이름을 넣지 않은 부분도 있다. 당시에는 그것을 일하는 직원의 '겸손'으로 자신이 드러내지 않기 위한, 회사의 높으신 분들의 눈치를 봐서 그렇게 하기도 했지만 돌아보니, 그것은 참 어리석은 짓이구나 깨닫게 된다. 번역 혹은 번안 모두 '나'의 생각과 의도, 계산이 반영된 또 다른 결과물인데 말이다. 겸손이라는 미덕으로 본인의 실적으로 숨기거나, 어떤 곡은 모 교수님이 한 것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일을 다시 맡게 된다면,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필자와 같은 생각을 했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 말해주고 싶다. 반드시 본인의 이름을 넣고 본인의 '작품'임을 남겨야 한다.
번역은 분명히 Ai에게 대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구글 번역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얼추 비슷하게, 해당 언어를 다른 언어로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하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 언어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그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번역되는 나라의 문화에 맞게 그것을 필요하다면 바꾸고 재 배치하는 '생각'은 아직까지는 인간의 영역이라고 본다. Ai가 과거 개봉했던 영화 '아이로봇'같이 99% 사람처럼 이해하고 인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번역의 미래 또한, 쉽게 Ai에 대해 대체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 묘미를 아는 사람만 이 일을 담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