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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Apr 22. 2024

21A, 12M: 하필이면 이 두 곳이 연달아 선거를?

4월의 바스크, 5월의 카탈루냐 지방선거

2024년이 시작되면서 모든 뉴스 매체들이 '선거의 해'라고 입을 모아 보도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10일 총선이 있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대선을 비롯해 인도 등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투표를 하게 되는 중요한 해임에는 분명하다. 스페인도 이러한 대 선거의 흐름에 발맞춰 지난 2월 갈리시아 지방 선거가 있었고,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4월과 5월 공교롭게도 바스크 지방과 카탈루냐 지방의 선거가 연달아 치러지게 되었다.

당초에는 4월의 바스크 지방선거만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PCS와 ERC의 연정정부가 집권하고 있던 카탈루냐 지방정부(ERC의 Pere Aragonès)가 PCS(PSOE)와의 예산안을 통과할 수 없음을 공표하고 지방정부를 해산, 당초보다 9개월 일찍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이로써 스페인 내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두 곳의 지방선거가 연달아 열릴 예정이다.

전통적인 스페인 국가주의적 우파 지지층이 두터워, PP당 대표인 알베르토 누녜즈 페이호(Alberto Núñez Feijóo)에 대한 중간평가라고도 볼 수 있었던 2월의 갈리시아 지방선거와는 달리, 4월과 5월의 지방선거는 철저하게 지역의 민심을 확인하는 성격의 선거가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바스크 지방 선거는 해당 지역 정당 두 곳(중도좌파 성향의 PNV와 지역주의 극우성향의 EH Bildu) 사이의 경쟁이었으며 카탈루냐 역시 오랫동안 지역 정당(ERC를 중심으로 한)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어왔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치러진 세 번의 선거는 모두 PNV/EH Bildu가 의석 대다수를 차지
카탈루냐를 뒤따르는 바스크 지방의 자치선호

여론조사의 결과 젊은 세대들에서 EH Bildu를 지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이는 PNV와 PSOE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기존의 흐름에서 보다 더 지역정당 중심으로의 전환을 보인 셈이다. 결국 바스크 지역에서도 카탈루냐와 마찬가지로 지역이 독립하거나 더욱더 많은 자치권한을 가지고자 하는 희망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을 시사한다. 선거 직전에 치러진 여론조사 세 건 중 두 건이 EH Bildu가 PNV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고 모두가 이 여론조사 결과를 앞다투어 보도할 정도로 모두가 Bildu의 약진에 주목했다.

인구비례 의석배분도 아니고, 여느 대표자 선출과는 다른 바스크 지방 의회 만의 구조

바스크 지방 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알라바(Álava) 지역인데, 그 이유는 바스크 지방 의회를 구성하는 방식이 다른 곳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총 75개 의석으로 구성된 지방 의회는 각 지역의 인구수에 비례하여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바스크 지방을 구성하고 있는 3개의 지역(Territorios históricos: Bizkaia, Gipuzkoa y Álava)이 동일한 의석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앞의 두 곳에 비해 전체 바스크 지방 중 15%만이 거주하는 알라바 지역 주민의 표가 더 큰 결정권을 행사하게 된다.

또한, 지방 정부를 대표하는 Lehendakari(President를 의미, 당연히 바스크어)의 선출 방식도 다른 곳과는 다른데, 대표 선출 실패로 인한 투표 재실시는 불가능하고 한 명의 후보에 대한 논의가 아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토의를 통한 협치를 통해 75석 중 38표 이상을 도출하여 Lehendakari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바스크 지방은 일찌감치 다당제의 협치를 통한 정치 활동을 강제하게 된 셈인데 지난 10번 동안의 지방 선거 중 7번의 경우 연정 정부가, 나머지 2번의 경우 두 번째 많은 득표를 얻은 당이 Lehendakari에 선출되었다.

ETA의 망령이 아직도 떠도는 에우스카디(Euskadi)
테러리스트를 테러리스트라 부르지 못하고...
바스크 독립에 대한 논의나 어젠다는 이번 선거에서 부재했다. 소소한 사건은 있었지만.

전국 단위 방송으로, 나름 권위 있는 라디오 방송인 Cadena SER의 방송에서 ETA의 후계 정당인 EH Bildu의 후보인 Pello Otxandiano가, 'ETA는 테러리스트 집단(Grupo terrorista)이냐'는 질문에 대해 'ETA는 무장 집단(grupo armado)이며, 당시 활동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판단이 있을 수 있으며 당시 중앙 정부의 탄압 역시 그렇다'는 식으로 답변을 하며 해묵은 ETA 관련 논쟁에 불을 지폈다. 뒤이어 선거운동 지원을 위해 바스크 지방을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총리도 EH Bildu에게 'ETA가 테러리스트 집단이었음을 인정'하라는 입장 표명을 하기도 했는데, EH Bildu의 중앙 정부에서의 지지가 정권 유지의 주요 주축 중 하나였던 그로써는 나름 강경한 노선을 채택한 셈이기도.

그리고 4월 21일 치러진 선거의 결과, PNV와 EH Bildu는 정확히 동일한 의석을 확보하였고, 스윙 보트는 공교롭게도 PSOE(PSE)의 12석에 떨어졌다.
그 와중에 소멸되어 버린 Unidas Podemos(2020년 6석에서 0석으로)

EH Bildu는 지난 10년 동안 끊임없이 존재감을 키워왔고, 중앙 정계에서도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의 연합을 통해 PP/Vox의 신경을 긁으며 논란의 중심에 놓이기도 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도 ETA 활동 당시 테러리스트 활동에 연루되었던 인사를 후보에 올리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EH Bildu의 일련의 활동은 바스크의 청년층에게 계속 지지를 받아왔고 그 존재감의 끝에서 이번 지방선거 중 여론조사에서 PNV의 지지에 대적하거나 그 이상을 얻는 등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성공한 셈이다.

과연, EH Bildu에 힘입어 바스크의 독립운동이 다시금,
카탈루냐에 필적할만할 정도로 불타오르게 될까?
그리고, 바스크 지방선거는 5월 카탈루냐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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