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 많네
주변에서 내게 종종 하는 말이다.
처음엔 '그런가?' 하다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서
'내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긴 한 것 같다'가 되었다가
'좋은 뜻.. 인가?' 했더랬다.
이제는 호기심을 나의 소중한 특성으로 간직하고 있다.
하루는 15년 지기가 갑자기 내게 웃으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아기 낳아 기르면 매일매일 어머! 어머! 하면서 놀랄 거 같다ㅋㅋ"
그때는 내가 호기심이 많다는 생각을 못했어서
그 친구가 내게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 말이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도 잘 몰랐다.
그 말을 듣고는 내가 어리숙해 보이나,
호들갑스러워 보이나 싶은 생각도 들었으니까.
그런데 주변에서 호기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다른 사람은 어떤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같은 경험을 해도 다른 이들은 시큰둥해 보였다.
그에 비해 나는 리액션이 많은 편이었다.
리액션을 잘한다는 것도 내가 자주 듣는 이야기인데,
그 또한 호기심과 연결되는 것 같다.
사회생활 하느라 속마음과 다른 리액션을 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진심이다.
그 상황이나 상대방이 정말 신기하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반응을 하는 것도 신기하고,
어떤 상황이 지금 바로 내게 일어난 것도 신기하다.
그러고 보면 감사함을 잘 느끼는 것도 호기심과 연결되는 것 같다.
어떻게 이런 행운이 내게 온 걸까 싶을 때가 있다.
온갖 우연이 겹쳐져 지금 내 앞에 벌어지는 상황이 생겼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사함을 크게 느끼는지도.
별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피곤해서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로바로 바뀌어줄 때라든지,
배고팠는데 마침 누가 간식을 나눠준다든지,
보고 싶었던 사람을 우연히 마주친다든지.
그런 pleasant surprise를 선물 받으면 감사하다.
지쳐있다가도 그런 순간들이 짠하고 나타나서 미소 짓게 해 준다.
한동안 상황에 휘둘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무채색이었는데
다행히 책 읽다가 문득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 호기심이라는 것이 다시 생각났다
미안해, 잊고 있어서.
그리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