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기꺼운 존재(마음속으로 은근히 기쁘다.. 뭐 이런 뜻이라고 하네요.ㅎ)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요즘 새삼 느끼고 있는 가운데 선생님이 제게는 그런 분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선생님...
몇 주 전.. 아침에 일어났는데 날씨가 너무 화장하고 예뻐서 일찍 준비해서 출근을 해서는 직장 옆 공원에 나가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했더랬습니다. 어찌나 아름답고, 경의로운지...
그 속에서 목적성 없는 감사의 기도가 술술 나오더군요. 이것이 내 안의 신과의 깊은 교감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매일 아침 묵상기도와 같은 산책을 매일 20-30분씩 하고 있답니다.
살을 빼야 하고, 건강해져야 한다는 강박적이고, 목적성의 운동이 아니라 순전히 조용한 아침기도 같은 그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하고, 즐겁습니다. 무기력을 반복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자책감이 늘 무겁게 짓눌렀었기에 최대한 그 무게감을 버티기 위해 움직이고 싶지 않았던 제게 이렇게 자발적으로 좋아하게 된 것이 산책이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저의 이 작은 변화와 발전은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존재가 '우리'가 아닐까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옮아갑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사람에 대한-자신에 대해서조차-믿음 없이 홀로 긴 인생을 살아낼 생각을 했는지... 그래서 고독하고, 허허롭고, 두렵고, 불안했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홀로여도, 사람들이 곁을 지켜주어도 다 좋습니다.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침 산책처럼 어떤 목적성이나 결과물이 없어도 그냥 좋을 수 있는 일들, 내 인생에서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것으로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지나치겠지만 그 또한 내게 필요했고, 어떤 결론이든 그 파도를 잘 넘어가리라는 믿음이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선생님..
공원 주변에는 학교가 많아서 산책하다 보면 공원을 가로질러 등교하는 학생들을 봅니다. 엷은 연두빛깔의 고운 새싹과 같은 아이들의 다양한 표정의 얼굴들을 훔쳐보며 마음으로 그들의 머리 하나하나 쓰다듬어 봅니다.
'오늘도 등교하느라 고생이 많다.. 파이팅 하렴. ' 이런 메시지를 담아 하나하나 지나치는 아이들의 등과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 갤러리를 가지 않아도 아침 햇살에 다양한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나무와 나뭇잎들을 매일매일 보며 빛과 다채로운 색을 감상합니다. 매일 봐도 절대 질릴 수가 없는 풍경이자, 그림이에요.
이렇게 저의 아침은 작은 산책으로 시작하지만 한없이 풍성한 감사잔치로 시작합니다. 어떤 원인과 결과로 인한 당연한 감사가 아닌, 모든 존재함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아침마다 매일 가슴이 떨립니다.
예전에는 마음속에 늘 물음표로 가득 차서 삶이 무겁고, 어둡고, 심지어 짜증스럽기까지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느낌표들이 격하게 가슴을 때리는 날이 자주 있네요.
답은 다 내 안에 있고, 그 답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이야기가 진실이었네요. ㅎㅎㅎ
선생님...
지금 창 밖에는 살랑거리는 나뭇잎들과 새소리가 가득합니다.
알아듣지 못하는 새의 언어가 사람의 유의미한 수많은 말보다 더 큰 위로와 마음의 평화를 주네요. 늘 사람들에 둘러싸여 너무도 많은 말속에서 분주할 선생님께 한 움큼 담아 드리고 싶네요.
선생님의 진정성 있는 관심으로 저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안정을 찾아가는 그 일이 무척이나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