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inelephant Oct 17. 2015

가을은 깊은 향과 색을 가졌다

가을에 마주하는,


안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일일이 묻고 싶다




내가 모르는 새에 가을이 왔다.

 커피가 맛있는 계절. 유독 카페를 많이 찾는 계절이다. 가을은 정말로 커피의 색과 닮았다. 사실은 커피 공장이란 없고, 커피는 가을의 계절에서 오는지 모른다는 망상을 해본다. 커피 공장을 본 적도, 그 많은 커피를 생산해 내면서도 주변에 있다는 것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런 상상을 해본다. 나는 가을에 오는 감정에서 커피 향을 맡는다. 내가 가을에 커피를 자주 찾는 것은 굳이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가 아니다. 더불어 마음에 오는 계절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 어떤 따듯한 것을 즐기고 싶은 시간들이 섞여져 탁한 커피의 색을 내는 것 같아서 가을의 커피를 좋아한다. 그래서 마시는 것보다 커피를 시켜 앞에 놓고 오래도록 향과 색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움과 더불어 이름 모를 감정들을 찾아 엉뚱한 곳을 헤매는 것보다 카페를 찾아 들어가 커피를 시켜 놓고 여유를 즐기는 것이 더 쉬워서 주저 없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가을 내내 카페만

찾아다닐순 없는 법이다.

 나는 가을을 지나면서 쌀쌀해진 날씨 탓에 문득 온기를 찾는다. 커피 같은 보통의 온기를 즐기고 즐기다 보면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법이다. 유독 진득한 색의 가을 하늘을 보고 있으면 누군가가 그리운 법이고 이 진득하고 구름이 풍성한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 단지, 여인의 향기가 그리운 것은 아니다. 가을이 되면 우리는 사람이며 더욱 사람이고 감정을 실어 나르는 노인의 수레를 자주 찾게 되는 법이다. 나는 이런 일말의 행동들의 시발점은 그리움이라는 감정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결국 내가 가을의 끝에서

하는 행동이란 매년 같다.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이며 우리가 자주 미루는 일이다. 전화기를 들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연락이 안 돼도 상관 없다. 다음으로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거절의 두려움을 벗고 그리움이란 감정의 힘을 빌어 밥 한 끼 어떠냐고 묻는다.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 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김시천 시인의 말처럼 사람에게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또 그것을 깨닫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 일일이 묻고 싶다’

 라는 시인의 말처럼 우리도 가을이니까 그런 감성에 듬뿍 취해 보는 것은 어떨지. 안부를 묻고 더 나아가 마주 앉아 가을에 어울리는 커피 향을 즐기는 것은 어떨지. 가을에 어울리는 따듯한 국물이 내장까지 스미는 그런 음식을 대접해 보는 것은 또 어떨지. 얼마나 근사한 일일지. 가을에… 나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깊은 향과 색을 가졌다는 것에  동의한다 나도 가을이 지나기 전에 가을을 닮은 사람이 되어 보는 호사를 누리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