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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Oct 17. 2022

마지막 귓가엔 사랑만 남기를

까마득한 곳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

사람들은 깨어날 때 귀부터 깨어난다


반대로

죽을 때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건 청력


방송에 나오셨던 한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감각 중에서 가장 끝까지 남는 것이

청각이라고

임종이 임박해 오는 시점이 되면 옆에 있는 가족분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라고 한다


또 편안한 마음 가지시라고

일상이 흘러나오는 라디오나 생전 좋아했던 음악을 틀어드리기도 한다고 한다




작년 나의 친척오빠는 세상을 떠났다

키가 농구선수만큼이나 큰 체격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암은 그런 오빠도 순식간에 전이시킬 만큼 속도가 빨랐다


우리 할머니 집은 아주 시골에 있다

큰 마트를 가려면 차로 시내까지 나가야 하고

슈퍼만 해도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가야 했다

내가 오빠 배에 겨우 머리가 닿았을 때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나와 친척동생의 말에

셋이 정류장까지 걸어 나가 버스를 타고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을 때가 생각이 난다


마냥 어리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어리광을 부리며

나무같이 큰 오빠에게 매달리고 업히곤 했다

하지만 귀찮은 내색 한번 않던 사람

내 기억 속 오빠는 그런 사람이었다




오빠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 밤

나는 친구 할아버지 장례식을 다녀왔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죽음을 맞이한다는 걸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젊고 생생한 오빠가 왜 병상에 누워

죽음을 마주하고 있어야 하는지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선

‘우리 오빠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그 기도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제 여행 그만하고 싶으면 눈 깜빡여줄래?‘라는

이모의 말에

오빠는 천천히 깜빡이다 짧은 여행을 끝냈다




아침마다 올라오는 기사, 집어 든 책마저도 죽음을 이야기하고 하물며 이따금씩 전해지는 주변의 부고 소식에 ‘사람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거예요’라는 말이 참 무섭게 느껴진다


삶이 끝난 뒤에도 지구 어디에선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수 있다면, 그렇다 믿는다면

그것만으로 멋진 일이라 했던 내가 초라해진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생명들이 그랬듯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리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거라면


아낌없이 사랑한다 말하기를

마지막 귓가엔 부디 사랑만 남기를


그리고 조금이라도 덜 아픈 죽음이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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