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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Apr 06. 2023

봄이 오면

꼿꼿이 가지에 붙어

뽐내는 것들보다

빗물에 젖어 바닥에 달라붙은

연해진 것들이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고개를 쳐들어 우러러보는

풍성한 것들보다

기꺼이 고개를 숙여 살펴야 보이는

말라비틀어진 것들이

숭고해 보일 때가 있다


뿌리내린 것에 기대

호기롭게 뻗어나간 것들이

향기를 품고 새것을 내세우며

앞서서 존재를 알릴 때면


나는 가끔 그것들이 생각나

처연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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