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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쥬 Apr 18. 2024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내 소원은 네가 꿈이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

아이를 키우며 가장 두려운 것이 있다. 우리 아이가 ‘무욕구’의 어른이 되는 것, 나는 그게 가장 무섭다.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없는, 꿈이 없는 어른, 내 아이가 이런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나는 가장 두렵다.


그래서 나는 자주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어?”


아이는 내 질문에 항상 귀여운 짱구 눈썹을 들썩이며 진지하게 대답한다. 얼마 전 우리 아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용사’가 되고 싶어.”


내 질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핵심은 이때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왜 ‘용사’가 되고 싶어? “

엄마의 꼬리질문에 우리 아들은 이번에도 신난 눈썹을 들썩이며 야무지게 대답한다.


“왜냐하면, 성을 지킬 수 있잖아. 총, 화살, 폭탄이 떨어져도 다 지킬 수 있는 용사가 될 거야. “


이번에 우리 아들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꿈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그리고 난 또 ‘경찰’이 되고 싶어. 경찰은 나쁜 사람을 혼내주잖아. “


우리 아들은 ‘소중한 것을 지키는 사람’, ‘약자를 보호하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 5살에는 줄곧 ‘소방관’이 되고 싶어 했다. 그때도 이유는 같았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돕고 싶다고 했다.


조금씩 아이의 세계가 확장되고 있다. 나는 확장되고 있는 아이의 세계를 온전히 알 수 없다. 이런 질문이라도 던져 아이의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확장되고 있는지 상상해 본다.


지난겨울, 내 잘못으로 아이의 세계를 망가뜨릴 뻔했던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 나는 아이가 계절에 따라 운동을 즐길 줄 아는 어른이 되었으면 했다. 내 아들이 여름에는 바다 서핑을 즐기고, 겨울이 되면 스케이트와 보드를 타는 멋진 청년이 되는 상상을 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집 근처 아이스링크 수업 1회권을 구매해 버렸다. 뛰어놀기 좋아하는 활발한 우리 아이가 좋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근데 이게 웬일..


아이스링크장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는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넘어질까 봐 무섭다는 것이다. 나는 억지로 아이에게 스케이트를 신겼다. 아이는 더욱 목소리를 높여 울기 시작했다.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온몸으로 스케이트 타기를 거부했다.


날아간 수업료보다 나를 더 화나게 한 건, 우리 아이가 스케이트 타기를 무서워하는 아이라는 게 더욱 화났다. 이것조차 무서워하면 서핑은 어떻게 할래? 보드는 어떻게 탈래? 내 상상 속 계절마다 서핑과 보드를 즐기는 멋진 청년이 된 아들 모습은 그야말로 나의 상상으로 끝나버린 순간이었다.


나는 화난 얼굴로 아들을 힘껏 째려보며, 숨을 거칠게 씩씩거리며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실망한 엄마의 얼굴을 보는 아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깨닫게 된 건 한참 후였다.


나는 못난 엄마였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아들에게 강요했다. 이렇게 내 욕구를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만 하다가 결국 우리 아들은 하고 싶은 게 없는 어른이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순간 겁이 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아이의 욕구를 무조건 최우선순위로 두겠다고 다짐했다.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준다는 핑계로 절대 나의 욕구를 강요하지 않겠다고. 아이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겠다고.


그러니 아들아, 제발 꿈이 있는 어른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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