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7살이 된 아들은 요즘 바쁘다.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오면, 구몬 수학, 한글, 한자를 끝내면 영어성경암송을 연습해야 한다. 곧이어, 유치원 숙제가 영어, 한글이 있다. 유치원 골든벨퀴즈를 위해 영어책도 읽어야 한다. 이걸 다 끝내려면 최소 2시간이 필요하다.
2시간짜리 숙제를 다 끝내면 저녁식사도 해야 하고, 목욕도 해야 한다. 모든 걸 끝내면 아이의 자유놀이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
많은 숙제 중 무언가 하나는 설렁설렁해야 아이의 자유놀이시간이 확보가 된다. 아이가 안타까운 나는 때로는 영어를, 때로는 한글을 가볍게 끝내게 하고 아이를 놀게 한다.
이 날은 유독 그런 날이었다. 아이는 눈에 띄게 지쳐했고 나도 힘들었다. 아이가 나를 방에 끌고 들어왔다. 아들이 나도 쉬라고 했다. 침대에 앉아 나는 습관적으로 책 한 권을 들었다.
그때 아들의 한마디
“엄마, 엄마도 좀 쉬어. 하루종일 쉴 틈도 없이 바빴잖아. 책 읽지 말고 그냥 쉬어.”
7살 아들의 잔소리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였다. 오늘 나의 숨 가쁜 하루를 아들에게 들켜버린 것만 같았고, 그만큼 그 한마디가 마음에 이상한 위로를 줬다.
‘맞아, 오늘 정말 나는 일분일초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지. 네 말대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야겠다.’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하고는 바로 부스터프로(미용기기)를 꺼내 피부관리를 했다.
난 ‘아무것도 안 하지 못하는 병’에 걸린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