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경험 디자인하기
저는 회사에서 DX 업무를 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구성원의 DX 경험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이 DX를 처음 접하고, 그 효과를 경험하기까지의 모든 여정에서 의도된 경험을 설계합니다.
그런 접근 방식을 회사에서 매일 실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를 육아할 때도 ‘아이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걱정과 두려움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승부욕이 강하죠.
서울중부교회 어린이연합회에서는 매년 이맘때쯤 성경 암송, 퀴즈, 율동, 그리기 등 다양한 항목으로 대회를 엽니다. 저는 아이를 설득해 영어 성경 암송 대회에 나가기로 했습니다.
아이의 출전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여정을 경험 디자인의 관점에서 설계했습니다.
모든 과정이 힘들고 고될 수 있지만, 아이에게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아이의 노력과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더라도, 부모는 절대 화를 내지 않아야 합니다.
정말 큰 고비는 대회를 5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아들이 마지막 한 구절을 남겨두고 너무 힘들다며 바닥에 누워버린 것입니다.
저는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갑자기 성경 마지막 구절을 랩으로 읊조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 음률을 만들어, 일명 ‘수능 금지곡’을 제작해 아이에게 계속 들려주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다음 날, 아이는 제가 만든 랩을 신나게 따라 부르며 마지막 한 구절을 성공적으로 머리에 각인시켰습니다.
대회 당일
아이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모든 성경 구절을 외웠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 성경 구절 외우는 게 너무 재밌어!”
아이는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은,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니 비로소 그 일이 재밌어지는 경험을 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의 노력이 너무 고맙고 대견해서 예정에 없던 레고 선물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은 엄마, 아빠의 2번째 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사면 2만 원짜리 레고를 살 수 있어. 그런데 크리스마스 때까지 기다리면 큰 박스에 들어 있는 10만 원짜리를 사줄게. 너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