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퇴근 전에 받은 공지 메일.
<월요일 오전에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 일정 회의 합니다>
같은 주제로 목요일 오후에도 회의를 했는데 월요일 오전에 또 회의를 하겠단다. 이틀 동안 큰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건 아래와 같은 의미다.
<목요일 오후에 재촉했던 일정에 대해 월요일 오전에 중간 확인을 할 것이니 오늘은 야근을 하길 바란다>
난 이 회사의 회의가 정말 싫다. 이걸 ‘회의’라고 명명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청문회’ 혹은 ‘일정 재촉회’, ‘잔소리 청음회’라고 부르는 게 맞다.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한테도 회의에 대해 투덜거렸더니 친구도 엄청나게 동의했다. 친구는 어쩔 때는 일주일에 4번 회의를 한 적도 있고, 아침부터 회의만 주야장천 하다가 처음 컴퓨터를 켠 게 오후 3시였던 적도 있다고 한다.
회의가 알맹이가 있으면 당연히 불만은 없다. 전 직장의 팀장들은 회의를 병적으로 싫어했다. (자꾸 전 직장을 미화하게 되는 게 웃기지만) 어차피 협업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개별 인원이 자기 몫을 쳐내기에 바쁜 구조였기 때문에, 일정 체크나 이슈 보고는 그냥 1:1 보고로 끝내는 정도였다. 어쩌다 있는 회의도 너무 문제가 있다 싶을 때 소집되거나, 솔루션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 진행되는 깨나 실속 있는 자리였다.
이곳의 회의도 명목 상으로는 위와 같은 명분으로 소집된다. 하지만 일정에 대해서 어떤 보고를 하면 대부분 부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온다. 뭣보다 견디기 힘든 건 나와 연관 없는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는 거다.
일정이 급하다면서 왜 자꾸 관련이 적은 사람들까지도 소집시키는 걸까? 어차피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도 정해져있는데, 매주 보고서도 따로 작성하는데 말이다. 회의가 진행되는 한 시간 내외를 짧다면 짧게 볼 수 있지만 회의 자체가 업무 집중력을 많이 흩트려 놓는다는 걸 잘 모르는 걸까. 어차피 일정 이야기만 나오는 회의는 심리적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회의 전에는 긴장을 하게 되고 회의 후에는 업무를 이어나가기 위한 예열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나도 업무 효율을 떨어트리는 행위다.
내 생각에 이런 회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거다. 관련적은 사람들도 다 불러 모아서 “지금 우리 프로젝트가 X 되고 있습니다” 하는 심리적 압박을 계속 넣으려는 의도인 것이다. 실제로 일정이 촉박해서가 아니라, 일정이 촉박하건 아니건 200%로 일 해주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알맹이 없는 회의는 사라져야 한다. 상사들이 실무자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의 회의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다음을 법제화하자.
- 회의를 시간 외 근로수당의 대상에 넣는다. 회의를 무조건 안 할 수 없으니 횟수는 무료 회의는 주 1회, 2시간 이하로 제한한다.
- 회의록은 무조건 회의를 소집한 사람이 작성한다.
- 직원들 모두 심박수 측정기를 단다. 회의 중 심박수가 평소 심박수의 일정 % 이상을 초과하면 해당 사업체에 벌금을 부과한다.
- 회의가 있는 날의 초과 근무를 금지한다.
회의는 주 1회면 충분하다. 혹시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담당 중이라 부족하다 느낄 수도 있다. 아니다. 담당하는 프로젝트가 많은 거다. 회의를 더 하고 싶으면 회의 참여자들한테 수당을 더 주면 된다
뭔 개소리냐고? 현실성 없는 업무량을 주는 회사가 차고 넘치고 돈을 떠나서 일을 하라는 헛소리가 넘치는 세상인데 이 정도 제안은 해볼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