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강요다 Oct 13. 2015

일본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 6s를 구매해 보았습니다

애플스토어 긴자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일본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을 구매하면서 느낀, 저에게는 조금 특별한 경험 때문입니다. 이런 느낌이 애플을 일반적인 회사와는 다른 회사로 만들고, 애플 추종자들을 만들며, 애플스토어를 일반 매장과는 다른 어떤 특별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그럼 제가 왜 굳이 일본에서 아이폰 6s를 구매하려고 했었는지, 그 이유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1. 아버지의 핸드폰을 바꿀 때가 지났습니다. 진작 바꿔드렸어야 하는데 아이폰 6s가 나온 마당에 이전 버전의 제품을 사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2. 갑작스레 일본 출장을 가게 되어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3. 이 글을 쓰는 지금(2015.10.15)은 이미 아이폰 6s의 국내 발매가 확정되었습니다만, 제가 일본에 출장을 가기 전에는 발매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아이폰 6s를 빨리 만져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4. 일본에서는 여행객에게 세금을 면제해줍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관세를 물지 않으면 세금만큼 아이폰 가격이 낮아집니다.


물론, 일본에서 아이폰을 구매하면 단점도 있습니다.

애플의 제품은 대부분 월드워런티(어느 나라에서 구매한 제품이던, 어느 나라에서나 A/S가 가능합니다)이지만 아이폰만큼은 구매한 나라에서만 A/S가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일본에서 아이폰을 구매하면 A/S가 가능한 기간이라도 한국에서는 수리가 되지 않고 일본으로 보내야 합니다. 사설 A/S 센터를 이용하면 되지만 돈이 들겠죠.

하지만, 이 단점은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애플스토어 긴자점에 갔습니다. 저는 일본말을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 좀 됐습니다.

매장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각종 애플 제품들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애플스토어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제품에 대해 상담을 해 줍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에도 중국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최근에 부쩍 많아졌습니다. 애플스토어 내부에서도 여기저기 중국말이 많이 들립니다. 저도 그 틈에 끼어 아이폰 6s를 만져봅니다. 3D 터치의 느낌도 궁금했지만 제일 궁금했던 것은 새로 나온 로즈골드의 색감이었습니다. '남자라면 핑크!'지만, 이번 로즈골드는 너무 핑크핑크합니다. 아쉽지만 로즈골드는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가는 애플 직원을 붙들고 아이폰 6s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iPhone 6s, sim free, color Space gray, 64 giga라고 영어로 말하니 가능하다고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합니다. 올라가서 물어보니 매장 가운데 줄을 가리킵니다. 아이폰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약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잠깐 고민을 합니다. 한 시간이나 기다리기에는 저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일단 다른 일을 보고 다시 와보기로 했습니다.


한두 시간 정도 일을 보고 돌아오니 4명 정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정도는 기다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줄을 섰는데, 앞에 4명이 한꺼번에 포기하고 줄을 이탈합니다. 아리가또. 정말 고마웠습니다. 조금 있으니 애플 직원이 저를 안내합니다. 저는 계산대가 있고, 그 뒤에 제품이 쌓여있고, 거기서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저를 제품이 진열되어 있는 테이블로 안내합니다. 이런 느낌의 테이블입니다. 



그리고는 진열되어 있는 아이폰을 보여주면서 이 제품이 맞는지 확인을 시켜줍니다. 확인이 끝나자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제품을 테이블로 가져옵니다. 원하는 제품이 맞는지 재차 확인하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를 진행합니다.  결제와 외국인 면세 서류를 꾸미는 동안에도 애플 직원은 계속 생글생글 웃으며 이런저런 말을 겁니다. 제 짧은 영어로도 알아들을 수 있고 대답할 수 있는 정도의 일상적인 대화입니다. 별 이야기는 아니지만 친근감이 듭니다. 결제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편안합니다. 결제가 끝나고 제품을 확인해 볼 수 있느냐고 하자 당연하게 도와줍니다. 주변에는 제품을 사고 설명을 듣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품을 확인하고 애플스토어를 나가는 데 기분이 즐겁습니다. 




'왜지?' 

이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이 느낌은 원하는 제품을 사고 느끼는 그런 즐거움과는 달랐습니다.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이 편안하고 친근했습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 구매과정을 되새겨 보면서 몇 가지 다른 점을 찾아봤습니다. 저는 줄을 서서 구매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1. 넓은 테이블 형태의 진열대에서 제품을 구경한다.

2. 제품을 구매하고 싶으면 애플 직원을 부른다.

3. 애플 직원이 제품을 확인하고 그 자리로 가져온다.

4. 제품 확인 후 그 자리에서 결제가 진행된다.

5. 직원들이 결제를 처리하는 과정이 능숙하다.

6.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말을 걸면서 친근감을 준다.


이 과정에서 제가 편안함을 느꼈던 이유는 제품을 구경하고, 확인하고, 결재하는 과정이 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체 과정을 한 사람이 끝까지 같이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또, 그 모든 과정을 같이 하는 직원의 표정이 편안하고, 말은 친절하며, 행동은 능숙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받은 이 느낌이, 애플 측에서 유도하고 기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애플이 만든 제품이 주는 만족감과는 별개로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주는 경험도 지금의 애플이 있게 한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다지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경험일 수는 있지만, 저에게는 크게 느껴진 경험이어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애플스토어를 오기 전에 긴자에 있는 '소니플라자'에 들렀습니다. 전자제품의 최첨단을 달리던 곳이라 여행책에서는 긴자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나와 있습니다만, 현재는 그냥 일반적인 쇼룸에 불과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최첨단의 명성을 애플스토어에게 넘겨준 쓸쓸함이 내부를 구경하고 있는 관광객에게도 느껴졌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