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 / 창비
배낭여행의 성지라는 인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손꼽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제 딸들이 배낭여행으로 인도에 가고 싶다고 한다면? 이 책을 읽기 전의 저라면 못 가게 말렸을 것입니다. 뉴스로 소문으로 접한 인도는 여자에게는 최악의 관광지 중 한 군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가게 해야 하는지 못 가게 해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못 가게 말리는 이유가 ‘여자’에게는 위험하기 때문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가보고 싶은 곳을 못 가게 되는 것은 결국,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제약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위험한 일이 벌어지는 곳을 간다고 한다면 그것 역시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가고 싶다면 보내야 하겠지만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고 가야겠죠. 여자라고 해서 못가는 곳이 있다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표지에 쓰여있는 맨스플레인(mansplain)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을 결합한 단어로,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잘난 체하며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아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은 당연하고 심각해 보이지 않지만, 이 단어가 생긴 사회적 배경을 보면 기존의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 갈길이 멉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은 세계 115위에 불과합니다. ‘여자’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오히려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은 더욱 아이러니합니다.(물론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이 ‘여자’라서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한국 양성평등 세계 115위…인도. 네팔에 뒤져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51119110548109
폭력으로 쌓아 올린 남성의 기득권은 맨스플레인과 같은 단어나 이런 책들을 통해서 점점 실체를 드러내야 하고, 여성의 권리를 되찾자는 운동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지금 당장의 실효는 없더라도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과 같은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상자에 남은 희망에 주목했지만 상자를 열면서 날아간 다른 개념들에 주목하면, 여성의 권리를 되찾자는 이러한 개념은 일단 사회에 퍼지면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알고 나면 모르는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라도 앞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장벽이 점차 낮아지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이 남성의 폭력과 사회적인 편견 앞에서 스스로를 제약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여자라는 이유로 포기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