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에게 여행은 책을 출산하기 위한 잉태의 과정인가.
작가가 정말로 그 지역을 여행하다가 떠오른 구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전거 여행>을 읽다 보면 <칼의 노래>, <현의 노래>, <흑산>, <내 젊은 날의 숲> 같은 소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소설들의 고향을 엿본 느낌이다.
여행이 좋다고는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 뭔가를 느끼려면 이렇게 땅을 밟고, 본인의 다리의 힘으로 다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야 여행지의 겉모습뿐이 아니라 그 곳의 냄새, 맛, 느낌과 그 곳에 어려있는 정기까지 느끼고, 내 안에 무언가를 채워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여행을 한다고 나도 김훈처럼 책을 낳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무엇인가를 잉태는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재출간된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에 김훈은 이렇게 적었다. 고맙고, 또 고맙다.
예전에 읽었던 자전거 여행, 2권을 그렇게 사고 싶었는데 절판되어 아쉽기만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