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42
Sydney, New South Wales
Australia
세상 엄마들이란 사람들은 다 그런가 보다.
아무리 자기가 아프고 힘들더라도,
세상이 다 부서져 내리는 것처럼 고달파도,
그저 자식보호 — 자식이 걱정할까 봐
입을 꾹 닫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웃는다.
그동안 전화기 너머로 들어왔던
익숙한 목소리 속에는
한점 근심도,
실낱같은 걱정도,
그늘진 생활도 섞여있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넘도록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우리 집이 사라질 위기에 있었음을.
나는 내 행복을 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꽤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그리는 데는
꽤 큰 부분을 날려버렸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들의 힘든 상황을
그저 “내가 함께 있는다고 해서
무슨 큰 도움이 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에 기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구경만 한 게 아닐까. 양심이 콕콕 쑤셨다.
그리고 2주 전에 엄마와 긴 통화를 나누고 나서
나의 죄책감은,
부풀 대로 부푼 커다란 풍선 같던 나의 죄책감은,
마침내 그 바늘 같은 말들에
커다란 굉음과 함께 터져버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