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브랜딩 매뉴얼 / 01
항상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타이밍에 따라 약도 독이 될 수 있거든요.
오늘은 브랜딩이 약이 되는 타이밍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들 중 브랜딩에 가장 관심이 많았던 분들은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입니다. 관심의 자세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공통된 모습은 있었는데요, 바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래서인지 다들 '팔랑귀'를 장착한 채, 매일 절실하게 일하고 계셨습니다.
사실 대표님들의 이러한 팔랑귀는 당연합니다. 십중팔구 가족과 지인들의 만류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도전 중일 테니까요. '실패'라는 말이 달가울리 없으니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간절함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간절함은 끈기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때론 사람의 시야를 좁게 만들어 우선순위를 헷갈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헷갈리지 않게 말씀드리면, '초기 스타트업'에게 브랜딩은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그 이유를 스타트업과 브랜딩, 각각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시간, 자금, 인력의 한계를 안고 살아갑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좋은 결과를 만드려면 '선택과 집중'은 필연이며, '완벽함 보다는 탁월함'을 통해 '속도'를 추구하는 문화가 필수입니다.
그런데 브랜딩은 초기 스타트업의 선택과 집중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아직 뇌피셜에 불과한 창업자의 아이디어 → 사용자들이 사랑할 만한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을 배출하며 '스타트업 사관학교'로 불리는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전 CEO 샘 알트만은 스탠퍼드 대학 강의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희 YC에서는 창업자들에게 제품을 만들고 사용자들과 소통하고 운동하고 먹고 자는 것 외의 다른 것은 최소화하라고 얘기합니다. PR, 컨퍼런스 참석, 멘토 및 파트너십 확보 등등의 일들은 모두 무시하세요. 제품을 만들고 사용자들과 소통함으로써 그것을 최대한 좋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인용 및 영상출처: #53 와이컴비네이터 CEO: 위대한 회사를 위한 첫 단추/ 스테이지5
초기 스타트업의 구성원은 대부분 1~3명입니다. 이러한 소규모의 인원이 초기 단계에서 '탁월함'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은 브랜딩이 아니라 Great Idea를 만드는 일이며, 이를 위해 '사용자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이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브랜딩 관점으로 봐도 초기 스타트업의 브랜딩은 의미가 없습니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사람들이 사랑할만한 아이디어와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냅니다. 피봇(Pivot, 사업 전환)은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에게 유연성을 부여하죠. 창업자들이 자신들의 뇌피셜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진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타트업 최고의 무기입니다.
그런데 브랜딩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작업입니다. 자신의 뇌피셜을 검증하지 않은 채 브랜딩을 하고 사업을 시작한다면 기껏 쌓은 성을 무너뜨리고 다시 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들어간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전체 사업 일정을 헝클어버리는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초기 스타트업의 브랜딩은 피봇이란 스타트업의 강점을 고려할 때 모래 위에 성을 쌓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과연 어느 시점에서 브랜딩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까요? 위에서 언급한 No인 이유를 거꾸로 뒤집어 보겠습니다.
1. 스타트업 관점: 자신의 초반 뇌피셜이 'Great Idea'로 바뀔 때
2. 브랜딩 관점: 지속적으로 쌓을 서비스/제품의 핵심가치를 찾았을 때
그리고 이러한 시점을 나타나는 지표로 '소수의 열렬한 사용자(Active User) 확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가 와이 콤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에게 받은 조언을 살펴보겠습니다.
"저희 호스트 한분께 여쭤봤어요. 에이어비앤비에 대해 몇 명에게 얘기하셨는지. 10~20명 정도를 기대했었죠. 그런데 1000명에게 얘기하셨다는 거예요. 말문이 막혔죠. 저는 그분이 과장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분 옆에 친구분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진짜예요. 3년 동안 매일 말하고 다녔어요. 그것이 저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인용 및 영상 출처: #43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의 조언 / 스테이지 5
이처럼 '소수의 열렬한 사용자들의 확보'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의 뇌피셜이 마침내 사람들이 스스로 추천하고 다닐 만큼 Great Idea와 Product가 되었다.
우리의 서비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이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성장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브랜딩을 통해 지속적으로 가치를 축적하고 강화할 만한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가 마련되었다.
'소수의 열렬한 사용자'는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서비스에 열렬한 사용자가 있다면 그건 여러분들의 비즈니스가 사용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비즈니스가 가진 가치를 증명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타트업의 브랜딩은 '소수의 열렬한 사용자들'을 확보한 후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전까지 초기 스타트업이 해야 할 일은 딱 한 가지뿐인 것 같습니다. '소수의 열렬한 사용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철저히 UX에 집착하는 일입니다. 초기 단계에 있다면 사용자들과 소통하면서 Great Idea를 찾고 이를 Great Product를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세요.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브랜딩을 말리는 행위가 뭔가 우스워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서론에서도 언급했듯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 잠재 고객님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진심으로 모든 스타트업이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모든 커리어가 스타트업으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고, 스타트업이야말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진심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브랜딩이 스타트업의 성공에 진정한 일조를 하고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스타트업에게 브랜딩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핵심은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한 스타트업의 도입 시기가 분명히 있으니 냉정하게 그 시기를 잘 파악하여 도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브랜딩은 아이디어와 제품에 집중해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독이지만 성장의 시기를 만난 스타트업에겐 보약이 됩니다.
브랜딩은 소수의 열렬한 사용자를 확보하고 사업의 본격적인 도약을 하기 전에 비로소 도입을 고민해야 합니다. 만약 스타트업 CEO로서 현재 브랜딩을 고민 중이라면이러한 점을 꼭 기억하고 냉정한 판단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브랜딩과 관련된 영상, 서적은 아니지만 본문의 내용과 관련하여 스타트업의 CEO분들께 도움이 되는 영상과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많은 공감과 도움을 얻은 영상과 책이며, 영상 제작자와 출판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출처: 스테이지5, https://youtu.be/FAvRPbFDUUo
출처: 스테이지5, https://youtu.be/9Ymdd7r9KaI
출처: 스테이지5, https://youtu.be/YAtjBwIFUac
#본문에서 인용한 영상
출처:스테이지5, https://youtu.be/4Sq-sgzgznM
#본문에서 인용한 영상
출처: 스테이지5, https://youtu.be/5e85J_2hQT8
브랜딩은 아니지만 초기 스타트업이 참고할 만한 서적으로 '스프린트'를 추천합니다. 구글의 VC인 구글 벤처스에서 만든 '일하는 방식'인데, 어떻게 빠른 시간 안에 사용자들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지 나와 있습니다. 블루보틀의 웹사이트가 이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일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이기도 합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124734
어떻게 브랜딩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먼저 '브랜딩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2화에선 사례를 통해 이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 글을 쓰는 과정에서 브랜딩에 관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순서가 변동될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스타트업들은 성공을 위해 다양한 요소들을 고민합니다. 그중 '브랜딩'은 기업의 한 경쟁요소로써 몇 년 사이 스타트업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이에 스타트업 두 곳에서 직접 브랜드를 만든 경험, 그리고 프리랜서로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딩을 고민하는 스타트업 CEO 분들과 실무진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브랜딩 매뉴얼 시리즈에서 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타트업, 브랜딩은 언제 해야 하는가?
스타트업, 브랜딩이란 무엇인가?
스타트업, 어떻게 브랜딩 할 것인가?
질질 끄는 것을 싫어하고, 또 매뉴얼적인 성격을 지녔으면 하기에 '스타트업 브랜딩 매뉴얼'은 단기 연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전달하는 정보의 '질'을 위해 다음 화는 준비가 되면 올릴 예정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제 경험이 브랜딩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찾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있습니다. 좋은 원석을 찾아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도구를 만드는 대장장이처럼요.
총 세 곳의 스타트업에서 근무했고, 그중 두 개의 스타트업에서 브랜딩을 총괄하며 스타트업을 위한 브랜딩을 연구하고 실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두 번째 스타트업에서는 감사하게도 믿어주시는 대표님을 만나 서비스 기획과 브랜딩을 모두 총괄하면서 비즈니스로서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제 꿈인 다섯 곳의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 프리랜서로서 더 많은 스타트업들과 브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한 브랜딩 방법을 늘 고민하고 연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