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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agazin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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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앓느니 쓰지 Nov 26. 2018

Contents Curator

취업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0. 이 브런치의 다섯번째 매거진 Magazine C

TMI 같지만 먼저 이 매거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시작은 Magazine B 였다. 시중에 나오는 종이 잡지인데 주로 하나의 '브랜드'를 정하고 그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잡지다. 포르쉐, 매종 키츠네, 인스타그램 등등 분야에 상관없이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잡지인데 자주 보는 잡지는 아니지만 가끔 볼 때마다 괜찮은 컨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배달의 민족>에서도 자매지인 Magazine F(Food의 F)를 냈다. 그런 느낌이 좋아서 나도 내 중간 이름의 이니셜인 C를 넣어서 Magazine C라는 매거진을 만들어서 C로 시작하거나 C가 들어가는 단어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내 이름 때문만이 아니라 내 인생에서 C는 되게 친숙하다. 대학교 성적표에도 C가 친숙.... 그러나 이 매거진을 만들 때 Contents Curator가 첫번째 글이 될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런 류의 잡지 입니다. Magazine B



1. Contents Curator

두괄식으로 말해서 컨텐츠 큐레이터가 내 인생의 두번째 직업이 되었다. 직함이 영어다 보니 일단 되게 있어보이는 느낌이 있다. 요즘에는 큐레이터라는 말을 생각보다 많이 쓴다. 워낙 정보들이 넘쳐나다 보니 어떤 분야든 큐레이터가 점점 중요해진다. <왓챠>처럼 영화를 추천하거나, <멜론>이 달리기할 때 좋은 음악들을 추천하고, 비오는 날 먹으면 좋은 음식을 추천하는 <오늘 뭐 먹지?>, <여행에 미치다>는 말할 것도 없고. 바쁜 사람들의 정보검색을 줄여주는 직종이 생겨났다. 그럼 나는 뭘 추천하냐고? 어떻게 하다 보니 뉴스를 추천하는 사람이 됐다. 그런데 대체 컨텐츠 큐레이터를 한국말로 하면 뭐라고 해야 할까? 볼거리 제안자?


2. 우리의 뉴스는 어려져야 한다

메이저 신문사의 컨텐츠 큐레이터로 일하게 됐다. 이 신문사로 말할 것 같으면(당분간 일단 이름은 밝히지 않는 것으로) 특정 분야에 있어 굉장히 퀄리티 있는 기사를 양산하는 매체인데 이 회사의 뉴스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모바일에 닿았으면 하는 소망으로 컨텐츠 큐레이터라는 직무를 만들었다. 이 매체 뿐만이 아니라 현재 미디어 산업 안의 모든 매체의 화두는 결국 '도달률'이다. 고퀄의 기사가 사람들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큐레이터들은 타겟들이 관심있어할 만한 뉴스를 분류하고, 카드뉴스나 영상 등 그래픽적인 요소를 더하여 어떻게든 사람들의 시선을 우리 기사에 머물게 해야 한다. 직무이름의 멋짐 만큼이나 실제로 하는 일도 멋진 일일지는 모르겠다. 그건 한 달 정도 지나보면 알겠지. 다만 오늘 팀장님과 나눠 본 이야기로는 나는 아마 주로 인턴기자들과 일을하게 될 텐데 젊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어떤 신박한 감각을 원하는 것 같았다. 물론 선을 넘지 않으면서. 우리의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우리 기사를 통해 생각하고, 논쟁하고, 댓글달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젊어져야 한다. 아니 어려져야 한다. 뉴스 컨텐츠 큐레이터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면접에서 이야기 했고 어떻게 운좋게. 취업이 됐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3. 안정적인 또라이

세계일주를 마치고 6월 18일에 귀국을 했으니 오늘로 우리의 여행이 끝난지 161일째다. 아내는 원래 하던 경력을 살려 쉽게 취업이 되었고 나는 아내 없는 집에서 놀다가, 영상을 만들어 보다가, 달리기를 하다 무릎을 다치고, 세계여행 따위 괜히 갔다왔나 의심을 하다가 덜컥 취직이 되었다. 오늘 팀장님을 만나 근무조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나는 직진하여 물었다.


"그런데 혹시 저를 왜 뽑으셨나요?" 팀장님은 웃으며

"창연씨가 약간 또.라.이. 같아 보였기 때문이에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세계일주를 갈 정도로 또라이 같아서 불렀는데 면접 때 너무 얌전해서 놀랐어요 그리고 나름의 사회생활 경력도 있어서 안정적으로 인턴기자들과 잘 일할 수 있을 것 같았었요" 


1차 면접 때도 팀장님이 나한테 생각보다 얌전하네요 하셔서 나름 2차 면접 때는 대표님 앞에서 회심의 개인기 이정재 성대모사를 했는데 갑분싸였다. 아마 그것 때문에 떨어질 뻔했던거 같다.

대표님이 저 표정으로 "약간 비슷한거 같기도 하네요" 했다...


4. 세계여행자는 굶어죽지 않는다.

세계여행을 마치고 만나는 사람마다 나름 용기를 북돋아 주겠다며 "너도 세계여행 해! 괜찮아, 주변에 혹시 세계일주하고 굶어죽었다는 사람 봤어?" 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그 말을 하고는 머쓱한지 나는 꼭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우리가 할지도 몰라" 하는 말을 붙였다. 재취업이 안되서 방바닥을 긁을 때 마다 그딴 말을 지껄였던 과거의 나를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입을 함부로 놀리면 안된다. (스포) 올드보이 오대수도 입을 잘못 놀려서 15년 동안 만두만 먹었지. 말이 씨가 될 뻔했다. 그 어려운 일을 우리가 다행히 못했습니다. 휴.


두번째 직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대체 어디로 갑니까. 쿠오바디스 도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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