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에 관한 이야기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성격이 급했던 한 아이가 있었는데,
아이는 늘 들어주기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 행동을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아가야, 상대방이 이야기를 할 때 말을 끊는 것은
굉장히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란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라고 좋게 타이르지만
아이는 이렇게 대꾸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잊어버리게 되는걸요..
정말 말하고 싶었는데 잊어버리면 너무 속상해요.."
"아가,
그렇다면 상대방에 무슨 말을 하고 있을 때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면 메모를 해두었다가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나면 이야기하면 어떻니?
그러면 상대방에게 예의 있어 보이고
굉장히 멋져 보일 것 같구나."
생각을 메모하는 습관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메모장을 수첩을 살 때마다
맨 앞장에 이런 문구를 적는 습관이 있다.
나는 굉장한 생각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을 메모하지 않는다면
한낱 잡생각이 불과하다.
아주 사소한 이유로 시작하게 된 메모가
길어져 글이 되었고
그렇게 생각이 더 깊어지게 해주었으며
그 생각들은 나 자신을 알게 해주기에
충분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다들 생각이 깊어서 글을 잘 쓴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글을 열심히 쓰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고
생각이 정리되다 보니 깊어지고
그렇게 글로 표현하니 글을 잘 쓰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쓰는 글을 통해
누군가가 무언가를 느끼고
그 사람의 생각에 잠시나마 머물게 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아직 작가라는 말을 듣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그렇기에 글을 쓴다라기보다
생각을 끄적이고 기록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앞으로도 생각을 다듬기 위해
또 누군가가 내가 끄적인 글로 인해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길 바라며
브런치에 첫 끄적임을 발행한다.
글은 생각을 정리하게 하고
생각을 정리하게 되면
자신을 알게 된다.
그렇게 깊어진다.
2016년 9월의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