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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가온 Feb 16. 2020

(서평) 워런버핏 바이블

펀드매니저, 경영, 미래

1. 펀드매니저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다.

하지만, 나는 좀 더 다른 말에 집중하려 한다.


오마하의 현인


투자보다는 버핏이 가지고 있는 관점에 더 많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두 가지를 정말 싫어한다.


펀드매니저(비양심)와
관료주의(비효율)


그가 정말 싫어하는 것 중 하나, 바로 펀드매니저다.


그는 '주주'와 '기업'을 동업자로 생각한다.

주주는 기업에 자본을 재공하고, 그 대가로 이익을 공유받는다.

주식을 구입하는 행위는 기업의 가치 일부를 소유하는 행위로 판단한다.


펀드매니저는 이 둘을 연결시키며 수수료를 받는 사람이다.

문제는 수수료의 가격과 불공정성이다.


펀드에서 첫 해는 50% 이익을, 다음 해는 50% 손실을 입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투자자는 총 25% 손실(100-100*1.5*0.5%)을 입게 된다.
반면, 펀드매니저는 2년 간 거래수수료와 첫 해 50% 이익의 인센티브를 받아간다.
그들은 이익은 공유하고, 손실은 공유하지 않는다.
손실은 모두 투자자의 몫이다.
투자자는 주가하락에 더해 수수료도 부담하며, 총 30% 손실이 발생한다.
참 불공평한 구조다.

적어도, 투자자와 펀드매니저는 이익과 손실 두 가지를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수익률도 문제다.

버핏이 펀드매니저를 비난하며, 롱벳(Longbets:미국 장기 평가 내기 Site)에 내기를 등록했다.

그는 '우수한 펀드매니저도 S&P500(미국 우수기업 주식 평균)보다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에 베팅했다.

그동안 펀드의 우수함을 자랑하던, 수많은 펀드매니저 가운데 내기에 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기면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는데도 말이다.


얼마간의 시간 후, 프로테제는 펀드 오브 펀드(우수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이용해 이 내기를 받아들인다.

우습게도 결과는 S&P500의 압승이었다.

약 3배의 수익률 차이를 보이며, 펀드매니저는 가치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 Longbets 등록 및 결과 ]


이 책을 읽고 결심한 것이 하나 있다.

'인덱스 펀드를 제외한 펀드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무가치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직업
무책임하게 운용자금의 규모를 증가시키는 직업


책을 읽은 후, 펀드매니저에 대한 내 인식이다.

수익률과 손실률에 대한 새로운 평가방법을 제시하는 펀드매니저가 있다면, 이를 재고할 수 있을까.




2. 경영


책을 읽으며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투자가 아닌 경영이었다.


이 책은 버핏이 사상과 생각이 많이 담겨있다.

버크셔를 운영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그는 버크셔를 정말 보수적으로 운영한다.

'아무리 큰 이익에도 0이 곱해지면 0이 된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미국 기업은 ROE(자기 자본 이익률)를 높이기 위해 사내유보금 증대를 선호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재투자를 하거나, 배당으로 자기 자본 규모를 줄인다.

버크셔는 예외적으로 사내유보금을 많이 보유하는 회사다.


재보험의 안정적 설계
적절한 시기의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


경영적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버핏의 성격 때문이다.

그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싫어한다.

버크셔는 복합기업이다.

그는 금융위기 혹은 다른 재난적 상황에도 안정적 기업 운영을 원한다.

비록, 당장 성장률이 1% 낮아지더라도 말이다.

버크셔가 확보한 이 자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회사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것이다.


[ 버크셔 선순환 고리 ]


풍부한 자금을 통해 버크셔가 얻은 이익은 또 있다.

버크셔 선순환 고리다.

자회사 CEO는 버크셔의 자금 덕분에, 장기 Vision을 보며 경영할 수 있다.


또한, 버크셔는 믿을 수 있는 CEO에게 초장기간 기업경영을 부탁한다.

유구 사항은 단 하나.


100년간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경영해주세요.


모든 것은 지속적인 성장에 거름이 된다.


회사 경영을 보람으로 생각하며, 어떤 조건에도 떠나지 않는 자회사의 CEO
이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모회사 CEO
관료주의를 혐오해 본사의 직원을 25명으로 유지하는 버크셔
비효율 관료주의를 막기 위해 '극단적 자율성'을 위임하는  정책




계속되는 버크셔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경영을 해보고 싶어 진다.



3. 미래


버핏이 생각하는 버크셔의 미래는 '환상적'이지는 않다.

20년이 넘는 기간, 그는 평균 20% 이상의 수익을 거둬왔다.

하지만, 앞으로 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자산이 규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1,000억 달러의 아이디어 하나로, 기적적 수익을 만들 수 없는 규모다.


반면, 장기적인 버크셔의 미래는 낙관한다.

버크셔가 가지고 있는 평판과 문화 때문이다.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돈을 잃어도 괜찮습니다. 심지어 많이 잃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극히 작은 평판이라도 잃어서는 안 됩니다.


버크셔는 이 말을 수십 년 동안 실천해왔다.

이 작아 보이던 실천은 이제 회사의 자산이 되었다.


매각을 고려하는 회사는 최우선 회사로 버크셔를 상정하고, 유럽에서도 기업 매각을 요청한다.

주주, 이사진, 경영진은 서로 믿고 존중한다.


좋은 문화와 신뢰관계.

이 정도 기업이라면, 조금은 더 훌륭하게 성장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은 목적은 '주식투자'를 위한 학습이었다.

이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가치투자의 방법, 혹은 기법을 위해 이 책을 읽는다면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를 하기 전 자본주의와 주식, 경영 등에 대한 버핏의 견해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은 정말 훌륭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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