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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김작가 Jan 03. 2017

「새로울 해를 맞이하며」

#54. 2017년에는 '나의 마음을 더 단단하고 선명하게 만들기'로!



오르는 산길 따라 내몰아쉬는 가쁜 숨 하얀 입김 위로
짹짹 지저귀며 세차게 날아오르는 새들의 날개짓 위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서서 겨울을 이기는  나목들 위로
저 멀리 희뿌연 하늘가 미미하게 움직이는 구름들 위로
긴 기다림 끝, 살짝 내비쳐준 발그레 그 사랑 위로
환히 일렁이는 내 마음 꺼내 살포시 얹어품고서













이른 아침.

눈을 비벼 창밖을 내다보니 잔뜩 하늘이 흐리다.

해맞이를 할 수는 없겠는 생각이 스쳐 뉴스를 열어보니, 보이는 날씨와 달리 뜻밖에도 해맞이를 할 수 있겠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기예보와 현실의 불일치.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순간의 망설임.


'혹시나 그래도…….'


나는 이내 아주 잠깐이라도, 저 희뿌연 구름들 사이로 뒤늦게라도 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포기하 않기' 한다. 그러고 나서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현관문을 찰칵!

오늘은 그러니까, 2017년 1월 1일. 

새해 첫날이다.



새로울 해가 도통 보일것 같지 않던 정발산의 하늘과 나무들



로울 해!

첫걸음을 내딛는 길.

볼에 스치는 차가운 아침 공기는 오히려 상쾌하다.

그래, 순간 망설였지만 이리 나길 참 잘했다.

그럼 이제 '새로울 해'를 맞이하기 위 높은 곳으로, 보다 더 높은 곳으로 시동을 걸어 출, 발!

만약 이 희뿌연 하늘을 열어젖히고 해가 늦게라도 나와주기만 한다면 새로울 해, 그 해를 나는 온몸으로 기쁘게 맞이하리라.

나는 서둘러 운전대를 그다지 번잡스럽지 않은, 집에서 가까운 정발산으로 향한다. 이미 시간은 해가 뜬다는 그 예측시간 언저리. 그러니 더 멀리 갈 수도 없다.

 


정발산은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 그리 높지 않은 언덕 같은 산이다.

시립도서관의 뒤편으로 쭉 산의 능선이 이어져 있 도서관을 오고 갈 때도 가볍게 산책 겸 한 번 씩 오르곤 하기에 부담 없는, 언제 가드라도 포근하고 정겨운 고향 같은 느낌을 안겨주는 곳이다. 

새해 해돋이를 바라보기에도 제격이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도 않고 산의 높이도 부담이 없다. 나는 2년 전부터 이 곳으로 나와 떠오르는 새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어오고 있는 터다. 물론 뜻대로 다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여전히 흐릿한 하늘.

익숙한 발놀림으로 산길을 오르니, 벌써 사람들이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가 지쳤는지 하나둘씩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개의치 않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거슬러 계속 올라가기로 한다. '새로울 해'를 보지 못한다 한들 산의 정상에서 이 도시의 정경을 새로운 마음으로 한눈에 가득 담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미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오늘. 오늘은 그러니까, 뭔가를 새롭게 다짐해야 할 1월 1일. 새해 첫날.

그러니, 흐릿한 날씨로 인해 '새로울 해'를 직접 맞이하지는 못한다 할 지라도, 뭔가 어제와 다른 새로운 것 하나쯤은 시도하고 새롭게 마음을 먹어줘야 아니겠는.



희뿌옇기만 하던 새해 첫날 아침, 해 뜨기 직전의 하늘




숨이 차오른다.

언덕 같은 산일 지라도 오래간만에 오르자니 호흡찬다. 가빠지는 숨결  차가운 공기 속으로 후욱, 흰 입김을 불어 본다. 그래, 겨울은 이 맛이다. 날 선 추위에 나도 모르게 바짝 정신이 차려진다. 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산의 풍경은 여전히 정겹고, 여기저기서 세차게 날아오르며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는 마냥 감미롭기만 하다.

나는 살짝 멈춰 서서 흘깃,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혹시라도 해가 보일라나?'


여전 하늘은 구름조차 잘 움직이지 않는 희뿌연 색 그 자체다. 다소 우중충해 보이기까지 하다. 새해의 아침치곤 정말 아름답지 않은 색감이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야박한 하늘과 구름. 나는 다시 발걸음을 떼어 산의 언덕배기를 오른다. 자연스레 가빠지는 숨을 고르며, 그렇게 서둘러 정상을 향해 재촉하며 올라서는 길.



여고생으로 보이는 여자 세 명이 수다를 떨며 까르르, 웃음 한가득 머금고 내 앞으로 걸어 내려온다. 친한 친구들끼리 해맞이를 하러 왔나 보다. 그에 반해 홀로 이리 산을 오르는 나. 나도 내년에는 누군가와 함께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생각하며 잠 머뭇거리는 찰나.



"! 저기 저기, 보여.  저기…….  아, 안돼. 다시 올라가잣. 얼른!"



후다닥.

갑자기 내려오던 그녀들이 바빠진다. 다급히 발걸음을 되돌려 산 비탈길을 거슬러 뛰어올라가려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나도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 다시 올려다본 하늘.



'오, 이런…….'



못 볼 거라 생각했던 올해 첫날의 그 '새로울 '다.

설핏, 붉은색 실오라기 같은 빛 한 줄기가 구름 사이로 갑작 번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분명, 해가 자신을 드러내겠다는 전조! 해가 얼굴을 보일 것이 틀림없다. 나도 뛰어야 한다. 여기는 나무가 가려 잘 보이질 않아. 아……, 이런! 가슴이 덩달아 뛰기 시작한다.  


정발산에서 맞이한 2017년 첫날 아침 '새로운 해'



아주 잠깐이었다.

 

소원을 간단히 빌만큼의 아주 딱 잠깐의 시간.

한 1분 남짓 될까? 로운 는 그 정도의 시간만을 내게 아니, 그 산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허락해 주었다.



발그레,
그 환하고 둥근 황금빛까지 발하는
새로운 해



나는 산 중턱 어느 한 자락에서, 나무숲 사이로 가장 '새로 '보이는 곳을 다급하게 찾은 후 그곳에 서서 서둘러 간신히  한 장찍었다. 그리고 이내 두 손을 모으고 지긋이 해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다.


두근!

나는 내 가슴을 한없이 설레게 하는, 일렁거리는 이 '새로 ' 눈과 두근대는 가슴에 오롯  또 담다. 

사진상으로는 해가 아주 멀리 있는 듯 찍혔지만, 실제 내 눈 앞에 나타난 해는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아주 가까이에서 황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새해는 그렇게 자신의 발그레 얼굴을, 황금빛마저 발하는 그 붉고도 둥근 얼굴을 자신만만하게 쓰윽 비쳐 보여주고 가만히 소원을 들어주고선, 이내 황급히 다시 구름 속으로 쏙 사라져 버렸다. 

잠시나마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새해를 맞이하다니, 횡재가 아닐 수 없다.




어느날엔가 산책길에 찍었던 정발산 풍경



이 전환점을 돌면 어떤 것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난 그 뒤엔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고 싶어요!



벌써 우리는 2016년을 '작년'이라고 불러야 한다.

작년엔 정말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사회적으로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지만,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개인적으로는 몸이 좀 많이 아파서 나름 힘들었던 한 해였다. 지금은 그나마 건강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우울한 날들이었다.


                 

"이 전환점을 돌면 어떤 것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난 그 뒤엔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고 싶어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백영옥)>에서 읽었던 글귀이다.

이제 2016년, 작년 한 해는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 막바지 전환점을 돌아 2017년이라는 새로운 해를 우리에게 내밀었다. 새롭게 전환점을 돌았으나 앞으로 어떤 일들이 대기하고 있을지, 과연 어떤 새로운 일들이 또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 또한 이 전환점 뒤엔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고 싶다'는 것이다.




살면서 쉬운 일은 없고, 늘 새로운 상황들에 한없이 팔랑거리게만 된다.

대단히 연약한 나.

이제와 고백하건대 나란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항상 대범하고 흔들림 없는 강인함만이 가득해 보이지만, 사실은 대단히 소심하고 한없이 약해 팔랑대기 일수다. 그런 부끄런 내가 유독 도드라지는 날이면  많이스스로를 부인하고 자책해대곤 했었다. 흔히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하지만, 정말 그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스쳐가는 공허한 위로일 뿐.  늘 현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녹록지 않다.



새해에는
내 마음을 더 단단하고 선명하게 만들기로!




그러니까 또다시 새해니까, '팔랑거리기 대마왕'인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재무장을 해보기로 한다.

비록 때때로 '한없이 연약해 빠져 버리는 나'일지라도,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또 팔랑을 넘어 펄럭이고 허우적대는 못마땅한 가 2017년에도 여전히 재등장할지라도, 새해에는 내 마음을 더 단단하고 선명하게 만들로 말이다.  

단단히 재무 장전 완료!



살아가면서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기.

살아가면서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의 가능성을 믿으며 한 걸음 더 내디뎌보기.

(그리고 그 무엇보다) 살아가면서 한 번씩은 그 누구도 아닌  오롯 '나'만을 챙겨보기.



2017년 새해에는, 이렇게 '본연의 나'를 위해 큰 숨 내쉴 수 있는 순간들을 보다 더 많이 만들어가면서 단 한 번뿐인 이 삶이 후회스럽지 않도록 뜨겁게 살아내리라 다짐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올해 첫날 마주했던 '새로운 해'를 떠올려본다.

내 가슴에 다시금 뜨겁도록 한가득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주던 그 발그레황금빛 새해를 꼬옥 품고서, 더 단단해지고 선명해질 마음을 지니기 위해 올 한 해만큼은 힘차게 뛰어볼 것을 다짐해본다. 그 마음을 지니기 위해 힘차게 뛰어가는 시간들은 분명 나를 또 다른 행복으로 이끌어줄 것이기에…….  야 호!





2016년 마지막 해가 전환점을 돌아가려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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