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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Mar 26. 2019

아기가 어리다고 여행까지 포기하진 마세요

두 돌 이하 아기와 유럽여행할 때 비행 팁



스위스 엄마 유학생활 이야기도 아니고 스위스에서 육아하는 이야기에 속하는 것도 아니라서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제 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 분들이 대부분 엄마이거나 (엄마가 되실 분들이거나) 해외, 유학생활에 관심 있는 분들이시다 보니 언젠간 도움이 되리라 믿고, 아기와 비행할 때 느꼈던 몇 가지를 공유할게요. 



구독자 분들은 잘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유학 준비 중에 임신해서 출산 후 100일 만에 아기를 친정에 맡기고 혼자 출국했어요. 1학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아기와 친정엄마와 함께 출국했고, 2학기를 마치고 동생 결혼식 때문에 돌 갓 지난 아기를 혼자 데리고 한국에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내고 합류한 남편과 공동육아를 하며 3학기를 보냈고, 마지막 학기인 지금은 수업도 듣고 논문도 쓰면서 학위과정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복직이 몇 개월 남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에 한 달에 한 번은 꼭 시간 내서 유럽 여행하자 마음먹고, 3월엔 프라하에 다녀왔어요. 다음 달엔 로마에 다녀오려고 해요.


이제 22개월인 저희 아기의 첫 비행은 8개월 때 한국/스위스 (바르샤바 경유), 13개월에 스위스/한국 왕복 (로마 경유), 22개월에 스위스/체코 왕복, 그리고 23개월 다음 달엔 스위스/이탈리아 왕복 비행 예정입니다. 대부분 경유였으니 비행기 이착륙을 경험한 게 벌써 8번이니, 개월 수에 비해 비행 경험이 적진 않은 거 같아요.


혼자 아기 데리고 스위스/한국 가보고 나니 자신감이 생겨서 이제 2시간 미만 비행은 걱정 안 합니다. (유후~)

서론이 길었고, 24개월 미만 아기와 비행할 때 꼭 챙기셔야 할 것들을 소개할게요. 

(이전 포스팅과 겹치는 부분도 있으니 양해 부탁드려요)




1. 출발 전: 체중 12kg 이하라면 배시넷 신청, 이유식 먹는 아기는 베이비밀  확인


티켓팅을 하고 난 후 메일이나 전화로 배시넷 사전 신청을 해야 했어요. 기내에 배시넷이 하나밖에 없는 경우도 있으니 항공권 예약한 후 최대한 빨리 신청하셔야 합니다. 어떤 항공사는 따로 얘기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배시넷이 필요한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꼭 배시넷에서 재우지 않더라도 담요나 장난감, 분유, 간식 같은 잡동사니를 올려놓기 좋으니 일단 설치해보는 게 좋아요. 



2. 공항에서: 패스트 트랙 가능 여부, 키즈 라운지 위치 확인, 유모차는 게이트 앞까지!


인천공항의 경우 사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패스트 트랙 가능 여부를 확인해 보시고, 해외공항의 경우 따로 체크하지 않았다면 수화물 부칠 때 직원에게 문의해 보세요. 저 같은 경우는 체크인할 때 패스트 트랙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유모차는 게이트 앞까지 가져가고 경유지 공항에서도 받고 싶다고 얘기합니다. (따로 안 물어보니까 아예 도착지까지 부쳐버려서 환승 공항에서 고생한 적도 있어요) 그리고 공항 내 키즈 라운지가 있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사람 많은 공항에서 아이 쫓아다니는 것도 기운 빠지는 일이잖아요. 닫힌 공간에서 아이가 안전하게 놀 곳이 있으면 대기시간이 지루하지 않더라고요.



3. 기내에서: 간식과 장난감, 스티커북 종류별로 챙기기


간식은 종류별로 다양하게 챙겨갔어요. 짜 먹는 과일 퓌레, 떠먹는 과일 퓌레, 주스, 보리차,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오렌지/귤/바나나), 과자도 계란과자, 곡물과자, 초콜릿 과자 등 서너 가지 종류별로 챙겼습니다. (뭘 원할지 몰라 다 준비.. 조금 크고 나서는 젤리, 캐러멜, 초콜릿도...ㅠㅠ 짜증 낼 때 입막음용)


완분 아기라서 분유와 따뜻한 물도 보온병에 챙겼고요. 보안 검색할 때 액체류 든 아기 가방은 베이비푸드라고 하면 따로 검사합니다. (따로 용량 제한은 없는 듯한데, 이유식 등은 개봉하지 않은 완제품으로 준비하시는 게 안전해요. 한번 뺏긴 적 있었음). 따뜻한 물은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부탁하면 구할 수 있으니 많이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유 먹는 아기는 여기서 짐이 많이 줄겠네요..) 아기가 우유 자주 먹을 때는 일회용 젖병을 썼고, 이유식 먹으면서 우유 먹는 횟수가 줄게 되고선 일반 젖병 두 개 정도 챙겼어요. 기내에서 살균소독을 못하니 뜨거운 물 부어서 헹구고 다시 쓰기도 했어요. (대충 육아하는 스타일)


기내에서 갖고 놀게 할 장난감은 미리 1~2주 숨겨뒀다가 주거나, 아님 새 장난감을 몰래 준비해 갔어요. 저희 아이는 자동차를 엄청 좋아하는 남자아이라서 미니카와 스티커북, 좋아하는 동화책 한 권을 가져갔고, 혹시 몰라 태블릿에 유튜브 동영상도 다운받아 갔는데 한 시간 정도는(고작?) 유용했습니다.


아기띠는 돌 때까지는 챙겨 다녔는데, 기내에서 칭얼거릴 때 안거나 업고 달랠 때 유용했어요. 체중이 늘면서 아기띠를 안 쓰게 된 이후로는 안 가지고 다닙니다. (아기와 엄마 서로 불편해함) 아, 그리고 뭘 쏟아서 옷을 버리는 일도 생기니 갈아입을 옷, 기내가 추울 때 걸칠 옷 등은 넉넉히 준비합니다.



4. 이착륙할 때: 물 먹이는 타이밍이 중요! (귀 아픔 방지)


첫 비행에서는 혹시 귀 아파서 울까 봐 아기 귀마개(수영할 때 쓰는 조물조물 뭉쳐서 귀 막는 거)를 챙겼어요. 이착륙할 때 압착되도록 끼워줬는데 아이가 자꾸 빼려고 해서 몇 개 잃어버린 이후로는 안 가지고 다닙니다. 대신 타이밍을 잘 맞춰서 물, 음료, 퓌레를 먹여서 이퀄라이징을 할 수 있게 해 줘요.


이륙할 때는 비행기가 활주로로 들어서기 전에 음료와 짜 먹는 퓌레를 미리 꺼내 뒀다가,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할 때(중력이 엄청 심해지고 난 후 약간 편해지는 그 순간) 아이에게 먹입니다. 그러면 아이가 편안해하더라고요. 너무 일찍 먹이기 시작하면 막상 귀가 아플 그 순간에는 이미 다 먹어 버리고 더 이상 안 먹으려고 하다 보니 타이밍을 놓쳐서 울리는 상황이... (아기는 아프다고 우는데 옆에 외국인은 물 먹이라 그러고.. 정작 아이는 패닉 상태라 물 줘도 거부하고.. 휴...)


착륙할 때는 20분 전, 30분 전 이렇게 벨트 매라고 안내방송이 나오는 때, 그때부터 아이의 반응을 살핍니다. 보통 그때부터 고도가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저는 제 귀를 기준으로 제가 침 삼킬 때마다 아이에게 음료와 짜 먹는 퓌레를 권했습니다. 첫 비행 때 타이밍을 놓쳐서 울린 이후로는 크게 힘들어한 적은 아직까진 없었어요. 이착륙할 때 자고 있으면 괜찮은 것 같더군요. 굳이 깨워서 먹일 필요는 없어요.



5. 기타 팁


아이가 어렸을 때는 고작해야 기어 다닐 때라 먹이고 놀게 하고 재우고만 반복해서 오히려 비행이 쉬웠는데 (대신 분유, 이유식 등으로 짐은 훨씬 무겁습니다) 아이가 걷고 뛰기 시작하니 기내에서 가만히 안 있는 게 문제더라고요. 저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 아이가 기내 바닥(좌석 밑)에 앉고 눕고 기어 다닐 수 있게 편안한 옷으로 입히고 옷이 더러워지든 크게 상관하지 않았어요. 어른들도 계속 한 자세로만 있으면 힘들다는 걸 알고 있고, 지저분해진 옷이야 도착해서 갈아입히면 되니까요. 


위험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기내를 돌아다니는 것도 약간은 허용했어요 (물론 보호자가 같이 다니며 살펴야 합니다). 아이가 지루해하면 같이 기내 복도를 한 바퀴 돌고, 화장실에 가서 같이 구경하고, 승무원 분들과 인사도 하고 그분들이 주는 간식(초콜릿, 주스, 땅콩 등)도 먹였습니다. 대신 소리를 지르거나 휴식을 취하는 다른 승객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다행히 대부분은 아이가 인사를 건네면 웃으면서 받아주셔서 감사했어요.






유럽 같은 경우는 아이 데리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은 편이에요. 12킬로 디럭스 유모차로 다녔는데 가끔 계단에서 남편과 들어야 하긴 했지만, 공항이나 유럽 관광지 대부분은 엘리베이터나 경사로가 잘 갖춰져 있어서 다닐만했어요. (아, 파리 지하철은 아예 탈 생각을 버리고, 시내버스와 시티투어버스 원데이 티켓 끊어서 다녔습니다.)


저희는 모든 걸 다 보고, 찍고 가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장소 위주로 다니다 보니, 관광지보다는 공원, 광장, 호숫가 같은 곳을 주로 방문했어요. (아이가 유모차에서 낮잠 잘 때를 틈타 박물관 관람 혹은 점심식사를 하는 소확행) 


아기가 어린데 무슨 여행이냐, 이런 말은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시고, 힘든 임신기간과 출산, 신생아 케어를 잘 견뎌내신 엄마 자신을 위해서 떠나, 기분전환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랄게요. 처음 한 두 번은 힘들 수 있는데, 여러 번 해보니 저도 남편도 요령이 생겨서 좀 낫더라고요.

 

아기랑 여행하기, 물론 부부 단 둘이 다닐 때보단 몹시 불편하고 피곤합니다. 그래도 여행 다녀와서 찍은 사진, 영상에 우리 세 식구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이곳 브런치에선 계속 엄마 유학생활과 스위스에서 아기키우기에 대한 글을 연재하려고 해요. 열흘에 한 편 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글쓰기와는 별개로 영상 만드는 것도 연습중인데, 유튜브에는 주로 스터디로그, 육아 브이로그, 유모차 밀고 아기랑 유럽여행하기 시리즈를 찍어 올릴까 해요. 책읽기와 글쓰기는 해오던 거라 좀 나은데, 영상 제작은 완전 새로운 영역이라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스위스 도니네' 구경하러 오세요:D  구독하시면 최신 영상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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