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육아를 동시에 하는 시간 절약의 꼼수
어쨌든 둘 다 놓칠 수 없는 유학생 엄마의 육아 현실.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유학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는데. 남들보다 시간이 두 배여도, 몸이 두 개여도 한참 모자란 유학생 엄마가 한 달간 아기와 생활하며 터득한 꼼수를 소개해볼까 한다.
기어 다닐 때는 괜찮았는데, 이제 붙잡고 일어서니 넘어질까 아슬아슬하다. 장난감을 쥐여주고 책상 앞에 앉으면 아기는 엉금엉금 기어와 내 다리를 붙잡고 매달린다.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무릎에 앉혀놓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친정엄마는, 공부할 때 자꾸 안아주면 습관 될 수 있으니 차라리 옆에 자리를 만들어 주고 앉히라는 꿀팁을 주셨다. 10분도 안 되어 책은 모두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지만...
아직까진 한국에서 가져온 동화책 9종 세트와 장난감으로 겨우겨우 돌려막기가 가능하지만 앞으로 앉아 있는 시간을 더 늘리려면 다양한 아이템이 필요할 것 같다. 다음번엔 크레용을 쥐어주고, 책상이나 바닥에 종이 붙여 그림 그려 보라고 해봐야지. (크레용을 먹을 거란 건 예상 못했다. 더 크면 시도해보기로..)
하늘에 먹구름이 끼거나 비가 내리면 꼼짝없이 집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처지다. 해가 나면 마트 구경도 가고 공원 산책도 나설 텐데, 아무래도 오늘은 틀렸다. 마침 학교 도서관에 볼일이 있어 유모차를 끌고 도보 3분 거리의 학교로 향했다. 몇 발자국 안 되는 거리니 잠시 우산을 써도 좋다.
기숙사 콘크리트 바닥보다 훨씬 폭신폭신한 카펫 바닥이라 넘어져도 안심이다. 마침 휴일이라 학교에 사람도 적고 청소도 잘 되어 있어 깨끗하다. 여기저기 기어 다니면서 전 세계에서 온 형아 누나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가. 그 틈에 엄마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반납하고, 집에 가서 읽어야 할 논문도 다운받는다. (가끔 데려와서 친구들한테 맡겨야겠다는 야심찬 생각도..)
신랑 급여로 이곳의 비싼 렌트와 학비, 보험료, 생활비 감당하기도 바쁜데, 자가용은 생각도 못할 일이다. 뚜벅이 엄마의 외출 동반자가 되어주는 고마운 유모차와 함께 버스도 타고, 트램도 타고, 가까운 호수로 산책도 나가고, 백화점도 가고, 마트도 간다. 웬만한 볼일은 유모차 산책과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하다.
유모차 산책 + 장보기
가까운 마트는 유모차 밀고 걸어간다. 특히 유모차는 장바구니 대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데, 낑낑대고 들고 오는 것보다 유모차 바구니에 담고, 유모차 손잡이에 거는 게 훨씬 편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아기 백일까지) 디럭스 유모차 접고 펴는 것도 문제,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에서 혼자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큰 숙제라서 집 근처 말고는 멀리 나갈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여기선 왠지 유모차 끌고 유럽여행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유모차 산책 + 걷기 운동
아기를 두고 헬스클럽에 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유모차 산책으로 체력을 보강한다. 다행히 아기도 밖에 나와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하루에 한 번, 아기도 바깥바람 쐬고, 나도 운동삼아 걷는다. 과연 이게 운동이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잠시 접어두고, 한두 시간을 투자해 '당장 급하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중요한 일들'을 처리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한다.
유모차 산책 + 라이브 공연 감상
가끔 생각지도 못하게 트램 안에서 거리의 악사님들을 마주치는 경우도 있다. 바이올린과 어쿠스틱 기타, 아코디언의 합주. 눈앞에 펼쳐진 처음 보는 광경, 라이브 콘서트에 눈이 동그래져 시선을 떼질 못하는 아기. 감사하단 의미로 코인을 건넸다. 이런 게 천 원의 행복인가 보다.
엄마가 공부한답시고 문화센터 수업도 못 데려가 주고 좋은 옷, 다양한 장난감, 재밌는 동화책도 못 사주는데 아프지 않고 쑥쑥 잘 크는 우리 기특이. 엄마가 네게 해줄 수 있는 건 미세먼지 청정지역 스위스의 맑은 공기와 나중에 영어와 불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뿐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