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읽zin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 Apr 29. 2021

대접받아야 할 존재들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글은 분명 술술 읽히는데, 느릿느릿 읽게 되던,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작가님의 에세이. 어린이들의 당당한 순수함 속에서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내 안의 어린아이를 들여다보았다. 자주 히죽거리다가,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다.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 책 후면부에 적힌 문장. 어린이도 어린이지만 작가님의 섬세하고 곧은 생각 덕분에 나의 세계가 넓어졌음을 확신한다. 상담 치유 코스를 밟은 느낌이기도.



#밑줄쫙문장들


‘어딘가 좀 할머니 같은 말이지만, 나는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안하무인으로 굴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한다. 또 그런 어린이라면 더욱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된다.’






어린이는 소중하다. 참 예쁜 존재.



20대 초반, 집 앞 어린이도서관에서 영어동화 낭독봉사를 할 때가 생각난다. 고작 한 두 달이었는데 걱정과 달리 함께하는 아가들과 어린이들의 맑음에 마냥 좋은 시간이었다. 뭔가를 위해 일찍 그만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 뭔가가 뭐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사실 요즘은 뭐든 기억이 잘 안나는 특기가 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이 뭐가 있나 휘적대다 보면 아가반보다 어린이반이 기억에 남는다. 수업이 끝나면 내가 있는 교탁으로 옹기종기 모여 오늘 읽은 이야기에 대한 궁금함을 연달아 꺼내고, 나에 대한 관심도 끊임없이 표현하던 눈과 입들. 내 눈과 손이 각각 한쌍씩인 것이 아쉬웠던 시간. 누군가는 잠깐이라도 눈빛에서 혹은 손길에서 소외되진 않았을까, 그것이 그 예쁜 마음에 작은 상흔이라도 남겼으면 어쩌지 하며 흐뭇해하다가도 맘 졸였던 기억.


어린이들은 내가 떠나고 잠깐이라도 아쉬웠을까. 빨리 떠나가버린 선생님에게 서운함을 느끼진 않았을까. 그들 기억에 남고 싶었다가도 그러지 않았으면 더 좋겠다. 더 좋은 선생님을 만나, 더 좋은 대접을 받고 그저 해맑고 밝게 자랐으면. 그리고 성인이 되어 만날 어린이들에게 좋은 대접을 해 줄 수 있는 어른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아쉬움이 남는 기억이지만 나에겐 아직 기회가 있음을. 앞으로 어린이를 만나는 순간이 모두 기회의 순간이다. 그들에게 좋은 대접을 할 기회. 동시에 내 안의 어린아이도 도닥일 기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