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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Sep 28. 2022

8월 이야기 (2)

시골살이 첫가을


<혼자만의 시간_아티스트 데이트>

제주도에 사는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 <아티스트 웨이>는 내 안의 창의성을 일깨우는 작업을 하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혼자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적어보고 주 1회 직접 그것을 시도해보라는 내용이 나온다. 책에서는 이것을 <아티스트 데이트>라고 불렀다. 오롯이 나 자신과의 만남을 가지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나도 종이를 펼치고 내가 지금 하고 싶은 혼자만의 일들을 몇 가지 끄적여 보았다.


1. 혼자 밥 먹기

2. 혼자만의 여행

3. 드라이브

4. 화단에 꽃 심기

5. 혼 캉스

6. 혼자 극장에서 영화보기

.

.

등등


그중 하나가 혼자 혼밥 하기였다. 8 동안  육아를 하다 보니 온전히 내가 원하는 일에 집중할  있는 시간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둘째가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지 않아서 지금도 둘째 아이와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시간이 조금씩 생길 테지만 아직은 아니다. 나는 오늘 혼자 혼밥 하기를 실행해보기로 했다. 때마침 주말이고 남편이 집에 있고 해서 남편에게 내가 하려는 작업을 설명을 하고 혼자 차를 끌고 나가 혼밥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차분한 분위기의 돈가스 집을 골랐다. 평소에는 내가 먹고 싶은 메뉴는 뒷전이고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부터 찾아보게 되는데 이번에는 천천히 메뉴를 살피고 온전히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했다. 아이가 먹지 않아 평소에는 시키지 못했던 메밀소바를 곁들였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음식을 먹으며 느낀 것은, 내가 이렇게 음식을 음미할 시간이 없었구나-라는 것이다.  음식을 대할 여유가 느껴지니 깍두기 하나를 집어 먹더라도 천천히 빛과 모양을 살피며 먹게 되었다.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매일 가족을 위해 세끼의 음식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내가 음식을 다소 기계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저 아이들의 밥을 차려내기에만 급급했구나_ 혼자만의 아티스트 데이트를 챙겨서 자주 실행에 옮겨야겠다 싶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새로운 발견을 하게 해 주었다.






중고차를 구입했다. 우리 집 근처의 대중교통은 두 시간에 한대 다니는 마을버스가 전부이다. 남편과 내가 각자 일이 있을 때는 대중교통 만으로는 이동이 힘들어서 중고 모닝을 들여야만 했다. 긴 고심 끝에 차를 구입했는데 이상하게도 받자마자 핸들이 돌아가 있었다. 문의를 해서 수리를 요구했는데 둘 다 차 알못인 데다 평소에 차에 관심이 없던 우리는 그날부터 마음고생을 쎄게 해야만 했다. 최대한 고쳐주지 않고 넘기려는 자들과 수리를 요구해야만 했던 우리 사이_ 분명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데도 딜러는 갑자기 냉정해지고 정비소와도 팽팽한 대치상태를 겪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우리는 차에 대해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는 진짜 원인을 찾아내었고 전부 무상 수리를 받으며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차의 세계에 대한 경험치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경험이 새로운 경험치들을 내 삶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확실히 기온이 서늘해지면서 풀이 자라나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오늘은 한동안 손대지 못했던 집 뒤뜰의 무성한 풀들을 정리했다. 남편이 몸살기가 있다고 몸을 사려서 혼자서 다 뽑아야 했다. 올해 풀은 거의 나 혼자 다 뽑은 것 같다.. 풀들 사이로 뱀이 나올까 봐 막대기로 풀들을 치면서 작업을 했다. 이사 오기 전에는 뱀은 도저히 극복이 될 수가 없는 요소였는데 지금은- 독사만 아니면 된다. 어딘가에 살아도 되니까 우리 눈에만 띄지 말고 알아서 도망가다오..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살아보니.. 뱀도 하나의 생명체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면서 공포감이 한결 줄어드는 과정으로 넘어가게 된 것 같다. 정말 놀라운 변화다. 하지만 웬만하면 우리 만나지는 말자.






가을이 무르익으니 냄새가 달라졌다. 확실히 공기에서 짙은 냄새가 난다.


봄이 연둣빛, 초록잎으로 물들며 여러 색으로 눈을 깨우게 하는 시각이었다면_

여름은 새소리, 계곡 물소리. 매미소리, 빗소리 무성한 청각의 계절이었다.


그렇다면

가을은 후각에 가깝다. 바람결에 가을 냄새가 난다. 가을이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게 느껴진다.


남은 계절인 겨울도 기대가 된다. 시골에 오고 나서부터 계절을 그득히 느낄 수 있는것이 너무 좋다. 잃어버린 계절을 이제야 찾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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