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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호 Jun 19. 2021

코로나 생활치료센터의 순간


마스크 안으로 쿠키를 넣고 한 입 베어 오물오물한다. 나는 지금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 파견근무를 와 있다. 처음 한 이틀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전임자들이 말하길 한 3일은 돼야 할 만하다고 했는데 그 말을 이제서야 체감하고 있다.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은 토요일이고 창밖에는 격리가 끝난 외국인들이 스쳐 지나간다. 말도 잘 안 통하는 타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낸 사람들이다.


레이 찰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뭐 하나 알려주지. 음은 자네 손가락 바로 아래에 있다네. 잠깐 멈추고 올바른 음을 연주하면 되는 거야. 잠깐 멈출 틈도 없이 연주하면 틀리지 않을 사람은 한 명도 없다네. 그게 인생이야."


이 말을 듣고 제이미 폭스가 한 말 또한 멋지다.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 즐길 수도 없다면 인생을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잠깐 멈추고 웃어.
잠깐 멈추는 것,
그 짧은 시간이 우리의 인생이야.


 

나는 문득 소름이 돋았다. 익숙해진 업무에서 벗어나 편안한 집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설익은 업무를 하는 것. 적응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스트레스라면 말 그대로 스트레스인 상황이다. 첫날밤은 흥분과 피로로 거의 잠을 자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이렇게 잠깐 짬을 내서 일기도 쓸 수 있지 않은가?


아기와 영상통화하듯 "머리 아파? 목, 목 여기 목 괜찮아? 약은? 약 보여줘요. 약. 울지 마. Don't cry. 괜찮아요." 하며 의료진이 달래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고, 전혀 알 수 없는 언어로 통화하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 방역복으로 꼭꼭 무장한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스크 코 지지대를 꾹꾹 누르기도 하는 나날 중에 잠깐 멈추는 것. 새로운 경험 속에 있는 순간을 즐기는 것. 이곳에 갇힌 것이나, 우리나라에 갇힌 것이나, 지구에 갇힌 것이나. 이 순간만 누릴 수 있다면 장소와 상황은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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