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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호 Nov 07. 2022

휘발


무엇이 가장 빨리 마를까? 바람 좋은 한낮에 내놓은 빨래? 달궈진 인덕션을 닦던 행주? 과자를 사달라고 울던 아이가 손에 넣고 그친 눈물?


나는 고마운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쉽게 말라버리는 건 스스로에게 행복하지 못한 일인데. 마르고 건조한 마음에 늘 산불을 일으키는 것은 고마운 마음이 아닌 섭섭한 마음.


일부러 기록해둘 것은 그리고 곱씹을 것은 고마움이다.

그것이 값비싼 환약 한 알보다 나를 더 기운 나게 할 것이다.


고마움을 잊지 말자. 그것이 도리라는 둥 그런 말은 하지 말자. 그것은 순전 나를 위한 것이다. 쉽게 지치고 일상에 모지라지기 쉬운, 수분이 부족한 나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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