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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Jun 29. 2024

길냥이들이 너무 싫어!

버르장머리 없는 고양이들

나는 자라면서 개와 고양이들에게 많이 물렸다. 30살 넘어서까지 물렸다. 그것도 죄다 안 문다는 이들의 주인들이 있는 공간에서 물렸다. 나는 정말 가만히 있었는데도 물렸다. 학교에 가거나 길을 가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말만 한 개가 내 앞에서 말처럼 뛰는 바람에 머리가 쭈삣 서면서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경험도 해봤고, 쫓아오는 개를 피해서 편의점에 들어가서 숨었다가 나온 적도 있다. 언젠가는 작업실에서 나오는 길에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뒤에서 우다다다 뛰어오는 고양이 때문에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고 집에다 전화를 해서 구조요청을 한 적도 있다. 1층 작업실에 지렁이, 민달팽이, 각종 벌레, 콩벌레, 도마뱀까지 경험을 했는데, 이제는 드디어 작업실을 옮겨야 하는 한계치에 다다르게 만드는 일이 또 일어났다. 심각하게 이전을 고민 중이다.


내 작업실은 주택가 길 쪽과 시유지 정원 도로 양쪽으로 통창과 출입구가 나 있다. 간밤에 다른 도시에서 볼일을 보고 들어오려는데 쓰레기봉투가 바람에 움직이는가 싶어 자세히 보니 주택가 출입구 쪽에 고양이 한 마리가 거리 두기를 하며 또 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저렇게 거리를 두다가 와락 달려드는 고양이를 몇 번 경험한 적이 있기에 얼른 출입문을 닫고 작업실로 들어섰다. 밤이 깊어진 무렵, 베란다 쪽 통창과 바닥을 누군가가 분주히 왔다 갔다 하며 툭툭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나는 낯선 이가 내 베란다에 침입한 줄 알고 살짝 블라인드를 젖혀서 확인을 했는데, 몇 시간 전에 반대쪽 출입구 쪽에 있던 그 고양이가 통창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고이 가꾼 각종 식물과 깨끗한 베란다 바닥을 불청객이 어지럽히고 있는 것에 꽤 기분이 나쁘고 신경이 쓰였다. 나는 살짝 블라인드를 다시 젖히고 고양이를 향해 발로 유리창을 살짝 쳤다. 생각 같아서는 더 세게 뻥 차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봤자 내 창만 부서질 것이었다. 고양이가 도망가는 것 같아 다시 작업을 하려는데 다시 내 화분과 유리창을 투닥투닥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화가 나서 다시 문밖을 내다보았는데 이젠 고양이 서너 마리가 한꺼번에 내 소중한 꽃들 사이를 뭉개고 앉아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 "저것들이!"


그쪽엔 바로 화장실이 있었는데, 하필 화장실도 가고 싶어 졌다. 시간은 거의 밤 11시를 향하고 있었는데, 깨끗이 치워놓은 나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베란다에 떠도는 고양이들이 있는 것이 무척 싫었고, 내가 애지중지하는 화분들을 건드리는 소리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고양이가 싫고,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웬만하면 도망을 갈 텐데, 꿈쩍도 안 하고 어둠 속에서 내 창을 통해 나를 노려보고 있는 꼴 보기 싫은 고양이란! 아까 약간의 눈치를 주었는데도 어디서 동네 다른 패거리들을 몰고 와서 계속 있는 것을 보니, 해코지를 하려고 있는가 해서 더 위협을 할 수도 없이 매우 난감했다. 그런데 저것들을 꼭 쫓아버리고 싶은 오기가 났다. 안 그러면 또 오거나 어디서 해코지를 하느라 이상한 것들을 물어다 놓고, 내 화분을 뒤집어 놓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히 인간의 작업실을 건방지고 무례하게 침범하는 것에 대해서 누가 내 머리를 건드리는 것처럼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방법이 없었다.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사자나 치타 같으면 멋있다고 생각하고 칭송해 주었을 것이다. 생긴 것이 하나도 정이 안 가는 모양새를 하고 있는 고양이라는 동물이 나는 너무도 싫다. 저렇게 돌아다니면서 무책임하게 새끼들을 낳고, 먹을 것을 구걸하고, 개인 공간을 침범하는 것은 더더욱 싫다. 무책임하게 2세를 낳는 것은 사람들일지라도 싫다. 하물며 길고양이들의 새끼가 고까울 리가 없다. 세상에 멸종되었으면 하는 동물 중 하나가 바로 고양이이다. 온갖 소설이나 공포영화에서 악의 화신으로 나오는 것이 고양이 아닌가!


결국 나는 맨 위층에 사는 건물주 아저씨에게 긴급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저씨도 고양이가 싫고 무섭다고 했다. 그래도 맘씨 좋은 아저씨가 어느새 커다란 빗자루를 들고 베란다에 나타나서 나와 접선을 했다. 역시! 아저씨가 빗자루를 휘둘러 저리로 내쫓고서야 나는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


오늘 아침 화단을 보니 내가 아끼는 무척 귀여운 꽃들이 모가지가 몇 개 꺾여 있었다. 이것들이! 이놈의 고양이들, 네가 싫어하는 것들을 반드시 GPT에게 물어봐서 똑같이 복수를 해주마! 오기만 해 봐라!


길냥이 애착인들은 좋으면 본인들이 데려다 키우던지, 본인들의 취향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들을 양산하는데 기여를 하는 행위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차피 야생이 아닌 것들은 한 번 기르기 맘먹었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고 돌보던지, 밖으로 내돌리거나 길냥이들에게 먹이를 주며 공공장소에서 기르거나, 남들도 똑같이 고양이를 좋아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면 한다. 뭐든 취향을 가급적 존중하지만, 그 취향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 그건 나쁜 짓이다.


사람이든 고양이든 내가 싫어하는 대상들이 기를 쓰고 더 달려들면 가만히 있을 때보다 더 꼴 보기 싫은 법인데, 고양이들이 꼭 그렇다. 나는 고양이들을 아주 싫어하는데, 꼭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따라온다. 그래서 난 고양이들이 아주 싫다. 매우 싫다. 꼴도 보기 싫다. 울음소리도, 뾰족뾰족한 수염도, 혀도, 털을 사방에 날리며 집에 사는 것도, 발톱도, 이빨도, 털도, 눈빛도, 하는 짓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다 꼴 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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